"푸에르토리코 '막말채팅' 주지사 사임설"…현지언론 보도(종합)

입력 2019-07-24 15:24
"푸에르토리코 '막말채팅' 주지사 사임설"…현지언론 보도(종합)

'버티기'하던 로세요 주지사, 수색영장·보좌관 사임에 벼랑 끝 몰려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지인들과의 채팅방에서 한 발언이 유출돼 '막말 스캔들'에 휩싸인 리카르도 로세요 푸에르토리코 주지사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가 날로 격화하는 가운데 로세요 주지사가 24일(현지시간) 사임 의사를 밝힐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자신의 사임을 요구하며 시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겠다고 공표한 로세요 주지사는 이날 오전까지 아무런 입장 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

푸에르토리코 최대 일간지 엘누에보디아는 그러나 로세요 주지사가 이날 오전 중으로 방송을 통해 사임 발표를 할 것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로세요 주지사가 사임하면 완다 바스케스 법무장관이 주지사 직을 임시 대행하게 된다.

사임 압박에도 '버티기'로 일관하던 로세요 주지사가 이처럼 마음을 바꾼 것은 안팎 상황이 더욱 불리하게 흘러간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로세요 주지사 및 채팅방에 있던 11명의 휴대전화에 대한 수색영장을 발부하고, 23일 이를 집행했다.

법무부는 지난 17일 '채팅 스캔들' 수사의 일환으로 로세요 주지사와 대화에 참여한 보좌관들에게 휴대전화 제출을 요구했으나 대다수가 이에 순응하지 않자 영장을 발부해 강제 집행 절차를 밟은 것이다.

수색영장 발부 대상 중 한명인 리카르도 예란디 보좌관이 자신의 휴대전화를 제출하고 사임한 것도 로세요 주지사의 입지를 좁혔다.

예란디 보좌관은 이 사건으로 협박받고 있다며 지난 22일 가족의 안녕을 위해 사임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로세요 주지사가 휴대전화를 제출했는지에 대해선 답변을 거부했다.



이번 사태는 로세요 주지사가 측근들과의 단체 채팅방에서 허리케인 피해자와 여성, 동성애자를 비하하는 대화를 주고받은 사실이 공개되며 촉발됐다.

푸에르토리코 탐사저널리즘센터가 지난 13일 공개한 889쪽 분량의 대화 내용에 따르면 로세요 주지사는 푸에르토리코 출신 미국 여성 정치인을 '매춘부'라고 부르고, 동성애자 가수 리키 마틴을 비하하는가 하면 2017년 푸에르토리코에서 3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허리케인 마리아의 희생자들을 조롱했다.

이는 가뜩이나 정부의 허리케인 피해자 대응에 불만이 쌓여있던 시민들의 분노에 불을 붙이며 로세요 주지사의 시위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로 이어졌다.

지난 20일 수도 산후안에서 열린 시위에는 50만명이 집결해 경찰이 최루가스를 쏘며 진압했다.

로세요 주지사는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선 사과했지만, 사임 요구는 줄곧 거부했다.

푸에르토리코 최대 일간지 엘누에보디아는 사설을 통해 "이제 국민 말을 들을 때다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으나 그는 지난 23일 성명에서도 "국민이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내가 들어야 한다"며 사임 요구를 일축했다.

로세요 주지사가 마음을 바꿔 전격 사임을 발표하더라도 분노한 민심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임시 주지사직을 맡게 될 바스케스 법무장관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아서다. 시민들은 바스케스와 로세요 주지사가 연루돼 있다며 "우리는 집 전체를 청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시위 참가자는 로세요 주지사 사임만으로 시위가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첫 단계는 그가 떠나는 것이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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