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보안군, 테러 대응과정서 수감자 자의적 처형"

입력 2019-07-24 11:04
"이집트 보안군, 테러 대응과정서 수감자 자의적 처형"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이집트 보안군이 이슬람 과격 세력의 테러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체포된 용의자들을 자의로 처형하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 보도했다.

WSJ은 서방 보안 전문가와 희생자 가족, 그리고 관련 문서 등을 인용해 이집트 당국이 테러 혐의로 체포된 구금자들을 초법적으로 처형한 후 보안군과의 무력 충돌에서 사망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희생자 가족들은 보안군에 체포된 후 아무런 소식도 받지 못하다 수개월 후 '총격전을 벌이다 보안군에 사살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집트 내무부는 근래 이슬람국가(IS) 등 이슬람 과격 세력의 테러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수백명을 사살했다고 밝혔으며 정식 사법절차를 거치지 않는 처형 희생자들이 여기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WSJ은 지적했다.





WSJ은 보안군의 테러 대응이 갈수록 과격해지면서 이집트 정부의 인권실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집트 내무부는 지난해 과격 세력 검거 전에서 235명을 사살했다고 밝힌 데 이어 올 첫 6개월간 최소한 152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이집트 정부가 본격적인 검거에 나선 첫해인 2015년의 33명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미국의 핵심 중동 동맹인 이집트는 미국으로부터 수십억 달러의 군사원조를 받고 있다.

국무부의 한 대변인은 이집트 보안군의 자의적 처형 의혹에 대해 "깊이 우려스러운 것"이라고 논평했으며 국무부 연례 인권보고서도 2018년 중 이집트 보안군에 의한 다수의 자의적이고 초법적인 살해 보고에 주목했다.

그러나 이집트 정부 측 보안 전문가들은 보안군이 사살보다는 체포에 주력하고 있으며 가족들이 실종이라고 주장하는 이집트인들의 경우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과격 세력에 합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초법적인 처형이 아니라 테러 공격에 대처하기 위한 정당한 자위 조치라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29일 카이로에서 4명이 사망한 관광버스 폭발사건 후 이집트 내무부는 테러리스트 거점을 급습해 하룻밤 새 40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나중 사살된 테러범들의 사진을 공개했으나 이중 회계사와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2명의 경우 앞서 경찰에 체포돼 가족들은 구금 중인 것으로 알고 있었다.

또 앞서 2017년 4월에는 학교 교사와 다른 1명이 마찬가지로 경찰에 체포됐다 행방이 묘연한 상태에서 수개월 후 총격전 끝에 보안군에 사살됐다는 당국의 통보를 받았다.

또 카이로 시체안치소도 시신을 가족들에게 인도하길 거부했다.

서방 관측통들과 보안전문가들은 이집트 당국이 공개한 '사살범'들 가운데는 테러 용의자들뿐 아니라 함께 검거된 다른 사람들도 포함돼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집트 정부가 일제 검거 작전을 통해 억지 효과를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관 8명이 사망한 시나이 반도 북부 알-아리시 검문소 공격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이집트 당국이 공개한 사살 테러범 중에도 수감자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인권전문가인 아므르 마그디는 "이집트가 지옥과 같은 폭력의 순환으로 접어들고 있다"면서 "국가가 안보 문제에 직면하면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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