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구가 꼽은 부자 되는 비결은 절약과 검소
'임원경제지' 중 '예규지' 번역·출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검소하면 비용을 넉넉히 쓰고, 검소하면 적게 욕심내고, 검소하면 집안을 이룰 수 있고, 검소하면 자립할 수 있으며, 검소하면 자손에게 유산을 전해줄 수 있다."
조선 후기 학자 풍석(楓石) 서유구(1764∼1845)는 잘 먹고 잘사는 법에 관심이 많았다. 대표 저작인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는 농업, 목축업, 어업, 상업에 관한 지식을 집대성한 백과사전이다.
임원경제연구소가 최근 번역·출간한 '예규지'(倪圭志)는 임원경제지 중 가장 마지막 부분이다. 모두 5권으로 이뤄졌으며, 지출을 조절하는 법과 재산을 증식하는 법을 다뤘다.
책명인 '예규'는 계예(計倪)와 백규(白圭)를 줄인 말로, 두 사람은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재물 모으는 데 재주가 뛰어났다고 전한다.
서유구는 예규지에서 무엇보다 절약과 검소를 강조했다. 그는 "절약과 검소는 수명을 연장한다"면서 잔치를 간소하게 치르고 동시에 두 종류 고기를 먹지 말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빚냄을 경계하고, 쓸데없는 곳에 재산을 낭비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도박, 유흥, 음식, 토목공사, 소송, 애호용품 수집, 게으름 중 한 가지라도 한다면 결국 패가망신한다고도 했다.
그는 수입의 70%만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머지 30%는 수해나 가뭄이 왔을 때를 대비해 저축해야 한다는 것이 지론이었다.
서유구는 상업을 등한시한 조선시대 학자답지 않게 재산을 늘리려면 반드시 무역을 해야 한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돈이나 곡식을 빌려주고 이자를 취할 때는 적당함이 중요하다', '돈이나 곡식은 너무 많이 빌려줘서는 안 된다', '금은보화 같은 재산을 한가로이 감춰두지 말라'는 지침을 전했다.
예규지에는 지역별 특산물과 시장에 대한 정보도 있다. 한양 특산물로는 자두, 무, 잉어, 쏘가리, 복어, 엿을 꼽았다.
역자들은 해제에서 "생계가 절박할 때는 공부하는 사대부라도 몸을 움직여 먹을거리를 얻거나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이 서유구 입장"이라며 "그는 돈에 대한 인간의 본원적 욕망을 인정함으로써 돈을 잘 버는 법, 잘 저축하는 법과 함께 잘 쓰는 법까지 적극적으로 다뤄 재화의 담론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풍석문화재단. 1권 396쪽, 2권 443쪽. 각권 3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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