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국인 2명 승선 러 어선 7일전 단속…정부 "러와 긴밀공조"(종합)
기관고장으로 표류 중 北수역 넘어가…9차례 北에 회신·송환 요청했으나 무응답
통일부 "국민 신변 안전한 것으로 파악…사전통보 없이 들어간게 단속이유"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정빛나 기자 = 한국인 선원 2명이 탄 러시아 선박이 일주일 전 기관 고장으로 표류 중 북측 동해상으로 넘어가 북한 당국에 단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국인 선원들의 신변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나, 북측은 남측의 수차례 송환 요청에 아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통일부는 24일 이런 내용을 공식 확인하며 "현재 우리 국민의 신변은 안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대북협의 채널 및 러시아 당국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우리 국민의 안전을 확인하고 긍정적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북 러시아 대사관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보도자료를 게시하고 "러시아 대사관은 북한당국 및 선사 측과 지속적으로 접촉 중이며, 대사관은 가능한 빨리 상황이 해결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와 러시아 대사관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적의 300t급 어선인 '샹 하이린(Xiang Hai Lin) 8호'는 16일 오후 7시께 속초항을 출발해 러시아 자루비노항으로 향하던 중 기관 고장으로 표류, 17일쯤 동해상 북측 수역에 들어갔다가 단속에 걸려 북한 원산항으로 인도됐다.
해당 선박은 홍게잡이 어선으로, 러시아 국적 선원 15명과 한국 국적 선원 2명 등 총 17명이 타고 있었다.
한국인 선원 2명은 각각 50대, 60대 남성으로 러시아 선사와 기술지도 계약을 맺고 어업지도 및 감독관 자격으로 승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현재 원산에 있는 호텔에 머물며 북한 당국의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일부 외신에서 선원들이 선박 안에 억류돼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왔지만, 통일부 당국자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단속한 여러 이유가 있는데 확인된 건 아니고, 사전 통보 없이 들어갔다는 게 주된 이유 같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대사관도 "북한 외무성에 따르면 해당 선박은 '북한 영토 출입 및 체류에 대한 규정 위반' 혐의로 억류(detained)됐다"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선박 단속 다음 날인 18일 오후께 상황을 처음 인지한 이후 같은 날 저녁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해당 사안에 대한 회신을 북측에 요청했다.
이어 19일 오후 대한적십자사(한적) 회장 명의의 대북 통지문을 북측에 전달하는 등 공식서한 2차례, 매일 두 번씩 이뤄지는 연락사무소의 남북 연락대표 구두 접촉 7차례 등 24일 오후 현재까지 총 9차례 북측에 회신·송환 요청을 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북한 당국의 조속한 답변이 이뤄지지 않은 데는 경색된 남북관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선박이 러시아 국적이고, 배에 탑승했던 러시아 선원들도 북한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정부는 현재 러시아 당국과 협조해 상황을 파악 중이다. 북러 간에는 협의가 정상적으로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처럼 한국인이 외국 국적 선박에 승선했다가 북측 수역에서 단속돼 조사를 받는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한국 국적 선박이 월북했다가 단속된 사례는 최근 10년을 기준으로 2010년 8월 '대승호'와 2017년 10월 '흥진호'가 각각 북측 수역을 침범했다가 나포돼 조사를 받은 뒤 송환된 사례가 있다.
당시 대승호의 경우 31일, 흥진호 선원들은 귀환까지 7일가량 소요됐다.
한편, 통일부는 지난 19일과 24일 이번 사안과 관련한 백그라운드 브리핑(익명 보도를 전제로 한 대 언론 설명)을 진행했으며, 기자단은 한국인 2명의 신변 안전 등을 고려한 통일부의 보도유예(엠바고) 요청을 받아들여 이날 주북 러시아 대사관의 발표가 있기 전까지 보도를 자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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