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러 군용기 고의 침범 여부·볼턴 방한 시점에 주목
"경고사격 이례적, 고의적 영공침범 가능성…중러의 韓 이용 우려"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미국 언론들은 러시아 군용기의 독도 인근 한국 영공 침범과 관련해 고의적 행위 가능성에 관심을 두면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일본에 이어 한국을 찾은 날 이러한 사건이 벌어졌다는 데 주목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23일(현지시간) "볼턴 보좌관이 지역 동맹국을 방문하고 있는 와중에 갈등이 발생했다"며 "전날 일본 방문을 끝내고 23일 (당국자들과) 서울에서 협의가 예정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볼턴 보좌관이 한국과 일본을 연쇄 방문하며 한미일 안보협력 등을 논의하는 시점을 택해 러시아 군용기의 한국 영공 침범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지적한 것이다.
미 언론들은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범이 러시아 조종사의 단순한 실수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러시아가 중국과 처음으로 아태지역에서 연합비행훈련을 벌였다는 점을 지적하며 고의적 침범이었을 개연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문가들을 인용, "경고사격은 매우 이례적"이라면서 "러시아 군용기가 경고사격 이후 다시 돌아왔다는 것 역시 이상하다"고 전했다.
일본 아태연구 요코스카위원회 마이클 보색 특별 자문위원은 WP에 "이는 러시아 조종사들의 실수일 수도 있다"면서 "한국 영공에 도전하고 대응의 범위를 시험해보려는 고의적 시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칼 슈스터 전 미 태평양사령부 합동정보센터 작전국장은 CNN방송에 "경고사격을 했다는 것은 한국이 이를 심각하고 고의적인 행위로 보고 있다는 뜻"이라면서 "경고사격을 필요로 하는 지점까지 뚫고 들어가는 것은 보통 영공을 뚫겠다는 고의적 결정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피터 레이턴 그리피스아시아연구소 분석가는 CNN방송에 "이번 (영공 침범) 임무는 한국의 방공시스템에 대한 포괄적 현황을 (러시아에)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 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추진하고 일본과 갈등 중인 상황을 이용하고자 중국과 러시아가 이번 사건을 감행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 랜드연구소 소속 제프리 호넝은 WP에 "중국과 러시아가 같은 날 이런 걸 했다는 것을 단순한 우연이라고 믿기는 어렵다"면서 "(한국의) 비민주적 이웃국가들(중러)이 추가적 문제로 서울의 이미 어깨가 무거운 외교정책 어젠더를 이용하려는 것일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 폭격기는 한국시간으로 23일 오전 동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진입했으며 이 과정에서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 1대가 독도 인근 한국 영공을 두 차례 7분간 침범해 군이 경고사격을 가했다.
러시아 군용기의 독도 인근 한국 영공 침범 당시 일본의 자위대 군용기도 긴급 발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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