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외무 "존슨 英 새총리, 'B-팀'과 엮이지 말길" 경고

입력 2019-07-24 02:17
이란 외무 "존슨 英 새총리, 'B-팀'과 엮이지 말길" 경고

英·이란, 상대 유조선 억류 '마찰'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영국 신임 총리로 선출된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에게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이란에 적대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자리프 장관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영국이 'B-팀'의 술책을 실행하는 데 엮이지 않으면 정말, 정말 좋을 것"이라며 "B-팀은 미국에서 입지가 줄어들자 영국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자리프 장관이 언급한 B-팀은 이란에 매우 적대적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왕세제를 뜻한다.

이들의 이름에 모두 알파벳 'B'가 포함된 점에 착안해 자리프 장관이 붙인 이름인데, 공교롭게 존슨 신임 총리의 이름도 B(Boris)로 시작한다.

자리프 장관이 트위터에 올린 이 동영상은 자신이 방문한 볼리비아에서 한 연설을 촬영한 것이다.

그는 또 트위터에 "과거 나의 상대였던 보리스 존슨이 영국 총리가 된 것을 축하한다"면서도 "메이(총리) 정부가 미국의 명령에 따라 이란 유조선을 억류한 것은 순전히 해적질일 뿐이다"라는 글을 올려 전 정부의 '과오'를 존슨 신임 총리가 해결해야 한다고 간접적으로 주문했다.

영국령 지브롤터 당국은 이달 4일 시리아에 원유를 수송해 유럽연합(EU)의 제재를 어겼다는 이유로 지브롤터 해협에서 이란 유조선을 억류했다.

자리프 장관은 이어 "이란은 영국과 적대하려 하지 않지만, 우리는 페르시아만(걸프 해역)과 맞닿은 1천500마일이나 되는 해안이 있고 그곳은 우리의 영해인 만큼 지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19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영국 유조선이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신호를 끄고 정해진 해로를 이탈해 항해하다 이란 어선을 충돌하고서 도주했다는 이유로 이 배를 억류했다.

영국과 이란은 존폐 위기에 처한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유지하기 위해 협력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상대의 유조선을 억류하는 사건이 터지면서 오히려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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