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세계수영] '상대 실격으로 金' 쑨양 "우승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입력 2019-07-23 21:31
[광주세계수영] '상대 실격으로 金' 쑨양 "우승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00m서도 우승해 대회 2관왕…영국 선수는 쑨양과 기념 촬영 거부



(광주=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쑨양(28·중국)에게 행운이 따른다.

하지만 시상대에서는 얼굴을 붉힐만한 사건이 자꾸 일어난다.

쑨양은 23일 오후 광주광역시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44초93으로 우승했다.

리투아니아의 다나스 랍시스(1분44초69)가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지만, 실격 판정을 받으면서 쑨양이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쑨양은 이 종목 대회 2연패를 달성했고, 자유형 400m에 이어 이번 대회 두 번째 금메달을 수집했다.

시상식이 열리기 전까지, 쑨양의 얼굴에는 웃음만 가득했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나타난 쑨양은 "보신 것처럼 좋은 결과가 나왔다. 랍시스의 기록이 더 좋다고 주장한다면 내가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규정은 존중받아야 한다. 규정에 따르면 내가 1위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늘 우승을 목표로 수영한다. 오늘 또 기회가 왔고, 우승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고 했다.

중국 취재진은 벌써 7번째 세계수영선수권을 치르는 쑨양의 '지치지 않는 체력'에 놀라움을 표했다.

쑨양은 "나는 내가 아직 젊다고 생각한다"고 웃으며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 더 노력해서 모두에게 더 좋아진 쑨양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답했다.



중국 취재진과 기분 좋게 인터뷰하고서 시상대에 오른 쑨양은 기념 촬영을 할 때 자신을 외면하는 던컨 스콧(영국)의 모습을 봤다. 표정도 다소 굳었다.

마르틴 말류틴(러시아)과 공동 3위에 오른 스콧은 중국 국가 연주가 끝나고 쑨양을 그냥 지나쳤다.

자유형 400m 시상식의 데자뷔였다.

당시 쑨양에 이어 2위에 오른 맥 호턴(호주)은 시상대에 오르지 않았다. 동메달리스트 가브리엘레 데티와는 기념 촬영까지 했지만, 쑨양은 철저하게 외면했다.

쑨양은 지난해 9월 국제 도핑시험관리(IDTM) 직원들이 도핑검사 샘플을 채집하기 위해 자택을 방문하자 경호원들과 함께 망치를 이용해 혈액이 담긴 도핑용 유리병을 깨뜨렸다.

쑨양이 2014년 금지약물 복용 의혹을 받고도 3개월 출전 정지의 '경징계'를 받아 논란이 일었던 터라,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더 차가워졌다.

쑨양은 21일 호턴의 '시상식 외면 사건'이 벌어진 후 기자회견에서 "쑨양 개인을 존중하지 않는 건 괜찮지만, 중국은 존중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한 번 다른 팀 선수에게 외면당한 날, 쑨양은 기자회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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