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교사들 "계약은 호봉제, 승급은 불가능…차별 시정하라"
"37년 전 만들어진 위헌·위법 조항"…인사혁신처에 법규 개정 촉구
(세종=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기간제교사들이 법적 근거 없이 호봉 승급을 제한하는 차별적인 법규를 시정하라며 23일 인사혁신처 앞에서 시위했다.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기간제교사 10여명은 이날 오전 세종시 인사혁신처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간제교사를 차별하는 공무원보수규정 비고란을 삭제하라"고 촉구했다.
기간제교사노조에 따르면 기간제교사는 현재 호봉제 적용을 받고 있으나, 계약할 때 이전 경력으로 산출한 호봉을 적용받을 뿐이고 이후에 경력이 1년 더 쌓이거나 1급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해도 호봉이 승급되지 않는다.
공무원보수규정 별표 비고란에 '기간제 교원에게는 산정된 호봉의 봉급을 지급하되, 고정급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이는 1982년 임시교사 제도가 만들어질 때 당시 정규 교사와 구별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항이다.
그러나 공무원보수규정 법령 본문의 승급 제한 관련 규정에는 기간제교사의 승급을 제한한다는 조항이 없다. 승급 제한은 징계 처분을 받은 경우에만 이뤄진다.
기간제교사노조는 인사혁신처에 해당 비고 문구를 삭제하고, 기간제교사도 법령이 정한 호봉 승급 요건을 충족하면 승급되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박혜성 노조위원장은 "기간제교사는 정규 교사 구조조정으로 탄생했고, 이제 기간제교사 없이는 교육 활동이 온전히 이뤄지지 않을 지경"이라면서 "인사혁신처는 어떤 근거로 생겼는지 자신도 설명하지 못하는 조항을 속히 삭제하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법률원 조민지 변호사는 "헌법과 근로기준법은 신분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며, 기간제법은 동종·유사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면서 "기간제교사는 담임 업무나 생활지도까지 포괄적으로 대체해 한국직업표준분류로도 동일 직업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변호사는 "호봉제는 순수하게 재직기간에 따라 급여에 차별을 주는 제도이므로, 임용 경로에 따라 차별을 주면 안 된다"면서 "지난해 9월 기간제교사 5명을 대리해 국가인권위에 차별 시정 진정을 제기한 상태"라고 밝혔다.
노조는 정근수당 지급, 맞춤형 복지 및 퇴직금 산정 차별 해소, 성과상여금 균등 수당화 등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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