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 '한국어 열풍'…"가족 위해 한국서 일하는 게 꿈"

입력 2019-07-23 09:40
동티모르 '한국어 열풍'…"가족 위해 한국서 일하는 게 꿈"

2009년부터 3천여명 한국행…현지 대비 임금 10배 이상

(딜리=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제 꿈은 한국어 시험에 통과한 뒤 가족을 위해 한국에서 일하는 것입니다"

22일(현지시간) 동티모르 수도 딜리에 있는 한국어 학교 학생 소니오 수아레스 누네스(19)군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한국어로 또박또박 이렇게 말했다.

누네스 군만이 아니다. 이 학교에서 현재 한국어를 배우는 1천600여명의 학생은 모두 한국에서 일하겠다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있다.



한국은 고용허가제에 따라 2009년부터 한국어 시험에 통과한 동티모르인들에게 어업과 제조업 분야에서 일할 기회를 주고 있다.

올해 3월까지 한국에 일하러 간 동티모르인은 모두 3천200여명이다.

동티모르의 청년실업률은 16.7%로, 일자리를 구한다 해도 통상 월급이 115달러(13만5천원) 정도지만 한국에서 일하면 1천500 달러(18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동티모르 정부는 KSLP라는 한국 NGO를 통해 한국어 교사 15명을 채용,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5교시 동안 10개 반씩 총 50개의 한국어 수업반을 쉴새 없이 운영 중이다.

수업료는 동티모르 정부가 지원해 무료다.



송명건 KSLP 학생부장은 "초기에 한국에 나갔던 근로자들이 돈을 벌어 귀국하는 것을 보고, 한국어 열풍이 불고 있다"며 "현재 수업 중인 학생 1천600여명은 지원자 5천명 중에서 기본 한국어와 수학 테스트를 통해 선발된 학생들"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코이카(KOICA) 단원들로부터 한국어를 배우거나 독학을 하는 학생들도 많다.

최근 들어 동티모르에서 번듯하게 지어진 양옥집은 '아들이 한국 가서 돈 벌어온 경우'라고 소문나 있고, 동티모르 근로자들이 한국 생활을 SNS에 올리면서 더 많은 젊은이가 한국행을 희망한다.

한국어 교사 김동근 씨는 "취업을 목적으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이라서 생활 언어와 직업 관련 회화를 중심으로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동티모르에서 한국어시험은 한국 업체들의 수요에 따라 연간 1∼2차례 시행되고, 필요에 따라 3차례 실시되기도 한다.



사비노 다스네베스 동티모르 직업훈련고용청 한국 담당자는 "일할 수 있는 동티모르인은 전부 다 한국에 가고 싶어한다"며 "더 많은 사람에게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어업과 제조업 분야 근로자만 선발하다 보니 동티모르 여성들이 더 좋은 성적으로 한국어 시험에 합격해도 취업 기회가 없다"며 농축산업에서도 선발해줄 것을 희망했다.

동티모르인들에게 공식적으로 취업 기회를 주는 나라는 한국과 호주밖에 없고, 호주는 농번기에 계절성 일자리만 주기에 한국의 인기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동티모르 총리실은 이친범 주동티모르 한국대사의 제안에 따라 법무부·노동청·보건부·언론청 등으로 구성된 '한국 취업 테스크포스'를 가동, 근로자 추가 송출 기회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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