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외무 "걸프 해역서 유럽 주도 선박 호위 활동 추진"(종합)
"선원·화물 안전 위한 것…미국 주도 활동과 별개" 강조
英 총리 주재 긴급안보회의…"이란, 억류 선박·선원 석방해야"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 정부가 이란의 선박 나포 위협에 맞서기 위해 걸프 해역에서 유럽국가 주도의 호위 작전활동을 추진하기로 했다.
22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하원에 출석, 자국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 호 억류와 관련한 대책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헌트 장관은 이란의 스테나 임페로 호 억류를 국가에 의한 납치로 규정하면서, 영국이 걸프 해역에서 선박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유럽 주도의 호위 작전활동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곳에서 항해의 자유가 모든 국가에 필수적인 이익이기 때문이며, 작전활동은 선원과 화물의 안전한 수송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몇몇 국가와 이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으며, 이번 주 추가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작전활동은 호르무즈 해협 안전 도모를 위한 미국 주도의 '호위 연합체' 구상과는 별개라고 강조했다.
이는 영국이 여전히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헌트 장관은 이와 별개로 정부가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수 있도록 영국 국적 선박들이 언제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갈지를 정부에 알려줄 것을 당부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이날 오전 테리사 메이 총리 주재로 긴급안보회의인 코브라 회의를 주재하고 이란의 자국 유조선 나포에 따른 대응책을 논의했다.
앞서 영국령 지브롤터 당국이 지난 4일 유럽연합(EU)의 제재를 어기고 시리아로 원유를 운반하던 이란 유조선 '그레이스1' 호를 억류하자, 이란 혁명수비대는 19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영국 국적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 호를 나포해 억류했다.
이날 회의에서 영국 정부는 이란의 스테나 임페로 호 나포에 대한 대응책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 항로를 오가는 자국 선박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총리실 대변인은 "스테나 임페로 호는 불법적이고 사실이 아닌 주장에 의해 억류됐다"며 "이란 당국은 유조선과 선원을 즉각 석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변인은 "이란과 대치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국제적으로 인지된 항로를 따라 합법적인 사업을 하는 배를 억류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정부는 스테나 임페로 호가 어선과 충돌한 뒤 구호 요청을 무시하고 항해했다는 이란 측 주장은 근거가 없으며, 나포 당시 스테나 임페로 호는 오만 영해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영국 정부는 회의에서 이란의 보복성 유조선 나포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미 미국이 강력한 대 이란 경제 제재를 가하는 상황에서 영국이 즉각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대응책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은 자국 선박의 추가 억류를 막기 위한 방안 마련에도 고심하고 있다.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장관은 전날 "금융을 포함해 이미 여러 제재가 가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될지 확실치 않다"면서 "다만 모든 옵션을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총리실 대변인은 많은 수의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 항로를 오가는 만큼 "개별 선박을 모두 호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란 당국은 이날 국영 IRIB 통신을 통해 스테나 임페로 호 선원들의 사진을 공개했다.
공영 BBC 방송에 따르면 공개된 사진에는 선원들이 식사를 준비하거나, 이란 당국자로부터 브리핑을 받는 모습 등이 담겼다.
이란 당국은 스테나 임페로 호 선원들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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