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세계수영] 10층높이서 뛰어내리는 연인…하이다이빙 커플 스마트·웨이머스
1년 전 큰 부상 있었지만, 서로 다이빙 봐주며 극복…나란히 광주 대회 출전
(광주=연합뉴스) 박재현 기자 = 아파트 10층 높이에서 떨어지는 연인의 모습을 수없이 지켜봐야 하는 커플이 있다.
2019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 하이다이빙 종목에 나란히 출전한 엘리 스마트(24·미국)와 오언 웨이머스(21·영국)다.
AP통신은 22일 '다이빙에 매력과 사랑에 함께 빠진 커플' 스마트·웨이머스의 사연을 소개했다.
최대 10m의 높이에서 뛰어내리는 다이빙과 달리 하이다이빙은 남자 27m, 여자 20m의 엄청난 높이에서 펼쳐진다.
야외에 설치된 플랫폼 위에서 뛰어내린 선수가 수조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3초. 눈을 감고 헤아려봐도 꽤 긴 시간이다.
하이다이빙은 위험한 종목이다. 워낙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터라 수면에 닿는 순간 몸이 받는 충격이 상당하다.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머리부터 입수하는 건 철저하게 금지돼있다. 발로 입수하려고 해도 강한 바람의 저항 덕에 자세가 흐트러져 등이나 배가 먼저 닿아 다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충격이 머리까지 미치면 부상은 심해진다.
국제수영연맹(FINA)은 부상 방지에 만전을 기한다.
수조 안에 4명의 잠수부를 위치 시켜 입수 전 하얀 물보라를 만든다. 물의 표면장력을 줄여 입수 시 충격을 최소화하고 입수 지점을 확실히 알리기 위한 의도다.
입수가 끝나자마자 4명의 잠수부는 수면 아래로 들어가 선수의 몸 상태를 확인한다.
웨이머스는 연인인 스마트의 입수 장면을 늘 지켜본다. 그는 지난해 스마트가 크게 다쳤던 다이빙 장면도 목격했다.
20m 높이의 플랫폼에서 등으로 떨어진 스마트는 갈비뼈가 탈구됐다. 자신감이 떨어지자 부상과 사고는 계속 이어졌다.
스마트는 "더는 다이빙을 할 수 없다고 느꼈다"며 "너무 무서웠고, 매일 울면서 집으로 돌아왔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스마트의 마음을 잡아준 건 웨이머스였다. 그는 스마트의 코치 역할을 자임하며 여자친구의 모든 다이빙을 지켜봤다.
연인의 끔찍한 사고를 목격한 웨이머스에게 스마트의 다이빙을 계속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는 끝까지 스마트의 곁을 지켰다.
노력은 결실을 봤다. 남자친구의 코치 아래 두려움을 극복한 스마트는 작년 FINA 월드컵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광주 세계선수권 티켓을 거머쥐었다.
둘은 이번 대회 남자부, 여자부 경기에 각각 출전해 함께 경기를 치르고 있다. 여전히 그들은 서로의 다이빙 장면을 지켜본다.
다만 최근에는 한가지 예외가 생겼다. 웨이머스가 물구나무를 선 채 다이빙을 시작하는 난도 높은 연기를 펼칠 때는 스마트가 보지 않는다. 웨이머스는 연인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위험한 동작을 하는 것이 두렵다고 했다.
스마트는 "웨이머스가 물구나무서기를 할 때면, 나는 그냥 나가서 커피를 마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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