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거장이 풀어낸 가족 미스터리…영화 '누구나 아는 비밀'

입력 2019-07-22 09:54
수정 2019-07-22 13:12
이란 거장이 풀어낸 가족 미스터리…영화 '누구나 아는 비밀'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라우라(페넬로페 크루즈 분)는 동생 결혼식에 참석하러 아이들과 함께 오랜만에 고향을 찾는다.

가족과 마을 사람들이 모여 떠들썩한 결혼식 파티를 즐기던 중, 라우라의 딸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라우라는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는 협박 메시지를 받는다.

충격에 빠진 가족들과 라우라의 옛 연인 파코(하비에르 바르뎀)까지 나서 딸을 찾지만, 딸의 행방은 묘연하다.

다음 달 1일 개봉하는 '누구나 아는 비밀'은 스페인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납치 사건을 통해 가족 관계와 인간의 본성을 들여다본다.

지난해 칸영화제 개막작이다.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2011), '세일즈맨'(2017) 으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두 번이나 받은 이란의 거장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가족을 내세운 미스터리 형식으로, 아쉬가르 파라디 작품 가운데 가장 대중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영화는 '누구나 아는 비밀'이 무엇인지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등장인물 심리를 마치 관찰 카메라로 지켜보듯 촘촘히 따라간다.

가족들은 처음에는 외부인을 의심해 결혼식 파티 영상을 몇번이고 되감아 본다. 그러나 가족을 잘 아는 주변인 소행일 것이라는 말에 의심의 눈초리를 내부로 돌린다. 때마침 라우라의 남편 알레한드로가 결혼식에 특별한 이유 없이 참석하지 않았다. 부자인 줄 알았던 그가 파산한 사실도 드러난다. 딸의 실종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왔지만, 딸을 납치당한 아빠치고는 침착하다. 가장 믿었던 가족이 의심의 대상이 되는 순간, 파열음은 더욱 크고 감정의 골은 깊어진다.

라우라를 물심양면으로 돕는 파코 역시 뭔가 수상쩍다. 그에게도 의심의 눈길이 향할 때 파코와 라우아에 얽힌 뜻밖의 비밀도 드러난다.



영화는 불신과 의심의 실마리가 한순간에 인간관계에 어떤 균열을 만드는지를 보여준다. 누구나 짐작했지만 모른 척했던, 혹은 침묵할 수밖에 없던 비밀이 초래한 결과이기도 하다.

사건의 중요한 모티프가 되는 비밀은 사실 관객 입장에선 그리 충격적인 것은 아니다. 미스터리 장르치고는 호흡도 상당히 느린 편이다.

그런데도 끝까지 집중하게 만드는 흡인력이 있다. 퍼즐 조각이 하나의 그림으로 맞춰질 때 쾌감도 느낄 수 있다. 캐릭터와 이야기를 직조하는 방식이나, 인간에 대한 남다른 통찰력은 영화의 질감을 한차원 다르게 만든다. 실제 부부 사이인 라우라역의 페넬로페 크루즈와 파코 역의 하비에르 바르뎀 연기도 묵직한 울림을 준다.

스페인의 독특한 결혼식 문화나 목가적이고 이국적인 풍경을 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아쉬가르 파라디는 15년 전 스페인 남부를 다니다가 실종 아동을 찾는 전단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영화도 스페인 올로케이션으로 촬영했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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