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거리더니 갑자기 '꽝'…고랭지 작업 내외국인 13명 사상(종합2보)

입력 2019-07-22 11:55
수정 2019-07-22 16:34
흔들거리더니 갑자기 '꽝'…고랭지 작업 내외국인 13명 사상(종합2보)

삼척 승합차 급커브길 전복…내국인 9명·외국인 7명 등 16명 탑승 추정

"기어서 차 밖 나와보니 아비규환"…외국인 3명은 종적 감춰



(삼척=연합뉴스) 배연호 이재현 기자 = 고랭지 채소 작업에 나선 내외국인 근로자를 태운 승합차가 삼척의 지방도 급커브길에서 전복돼 4명이 숨지고 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가 난 곳은 급한 내리막 경사의 급커브길 구간이어서 인명피해가 컸다.

사고 차량 부상자들은 내리막 구간을 운행하던 차량이 갑자기 흔들리더니 '꽝'하는 충격과 함께 아비규환의 현장이 됐다고 진술했다.

◇ 고랭지 채소 작업 나선 내외국인 근로자 참변

13명의 사상자가 난 사고는 22일 오전 7시 33분께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일명 '석개재' 인근 지방도에서 발생했다.

당시 15인승 그레이스 승합차는 왼쪽 가드레일을 들이받고서 경사지로 전복됐다.

이 사고로 운전자 강모(61·여)씨와 탑승자 3명 등 4명이 심정지 상태에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또 함께 타고 있던 3명은 크게 다쳤고 나머지 6명은 경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

사고 차량에는 내국인 9명을 비롯해 외국인 7명 등 16명이 탑승하고 있었으나, 사고 직후 외국인 3명은 종적을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탑승자들은 이날 새벽 충남 홍성을 출발해 삼척 등지에서 고랭지 채소 작업을 하러 가던 중이었다.



◇ "차가 흔들거리더니 갑자기 '꽝'"…참혹한 사고 현장

사고 차량에 타고 있던 부상자들은 차가 갑자기 흔들리더니 갑자기 '꽝'하는 충격과 함께 아수라장이 됐다고 사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모(70·여)씨는 "안전벨트는 매고 있었는데 차가 흔들흔들하더니 갑자기 '꽝'하는 충격과 함께 정신을 잃었다"며 "정신을 차린 뒤 기어서 차량 밖으로 나와보니 동료들이 피를 흘린 채 비명을 지르고 아비규환 현장이 따로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장거리 운행을 했는데도 목적지가 나오지 않아 의아했다"며 "거의 다 왔다고 생각했는데 사고가 났고 이후에는 기억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씨 등은 이날 새벽 1시 충남 홍성의 인력시장을 출발해 고랭지 채소 작업을 위해 경북 봉화 또는 삼척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경찰은 "고랭지 채소 근로자들을 태운 승합차가 최종 목적지를 지나 삼척으로 향하는 초행길에서 사고가 난 것인지, 삼척이 최종 목적지인지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사고 현장은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참혹했다.

전복되면서 차량 외부는 일부가 종잇장처럼 찢겨 나갔고, 지붕과 바닥이 크게 눌려 사고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줬다.

사고 승합차는 나무에 걸려 더 추락하지 않았지만, 뒤집어진 채 처참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네바퀴가 하늘로 향한 채 전복된 차량 밑에는 일부 근로자들이 깔려 있었고, 차량 밖으로 나온 근로자들은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등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구조를 기다리는 외국인 부상자는 119구조대가 도착하자 서툰 한국말로 "아프다. 아파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승합차가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들이받은 가드레일은 엿가락처럼 힘없이 휘어진 채 주저앉아 파손됐다.

[삼척소방서 제공]



◇ 사고 현장은 어떤 곳…급한 내리막 급커브 구간

사고가 난 곳은 경북 석포에서 삼척 가곡을 잇는 일명 '석개재' 고개로, 평소 교통량은 많지 않은 곳이다.

다만 주말 동해안을 오가는 행락 차량이 가끔 이 도로를 이용해 우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삼척 가곡 방향의 내리막 우회전 구간을 운전자가 차량을 통제 못 하고 사고 지점 20m 정도 옹벽에 부닥친 후 긁고 내려가다 가드레일을 들이받고서 전복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운전 부주의나 제동장치 이상, 차량 결함, 정비 불량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차적 조회 결과 사고 차량은 15인승으로 도로교통법 제39조에는 10% 초과 인원은 허용되는 만큼 16명이 탑승한 이번 사고의 경우 정원 초과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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