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리, 카타르 320억불 수주전 '청신호'…카타르 "참여 기대"

입력 2019-07-21 21:30
이총리, 카타르 320억불 수주전 '청신호'…카타르 "참여 기대"

한·카타르 총리회담…이총리, LNG 운반선 등 10여개 사업참여 요청

10월 고위전략회의·비즈니스포럼 개최…무사증기간 30→60일 확대



(도하=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는 21일(현지시간) 압둘라 빈 나세르 빈 칼리파 알 싸니 카타르 총리와 회담을 갖고 카타르 정부가 추진 중인 에너지·인프라 사업에서 한국 기업의 참여를 요청했다.

특히 타밈 빈 하마드 알 싸니 국왕이 이번 이 총리의 방문을 계기로 '한국기업의 입찰 참여를 환영한다'며 적극적 지원 의사를 밝히면서 총 320억 달러(약 37조6천억원) 규모의 한국기업 수주전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카타르 수도 도하 왕궁에서 양국 총리회담을 통해 "한국기업은 충분한 역량과 많은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며 120억 달러 규모의 LNG 운반선(60척) 수주를 비롯해 북부 가스전 확장 공사 등에서의 한국 기업 참여를 요청했다.

이와 함께 퍼실리티 이(Facility-E) 담수복합발전소 건설, 하마드 국제공항 확장, 알 카르사 태양광발전소 개발 사업,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대비 친환경 버스·스마트교통 도입 등에서의 한국 기업 참여 의사를 표명했다.

압둘라 총리는 이에 "한국은 카타르의 2대 교역국으로, 과거 한국기업이 카타르의 핵심 인프라 사업에 참여했는데 이를 굉장히 높게 평가한다"며 "앞으로도 지속해서 카타르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길 기대한다"고 답변했다.

카타르 측은 분야별로 "LNG 운반선도 60척에서 100척 발주하는데, 한국 조선 기업의 특별한 능력을 잘 알고 있으며 한국기업이 참여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북부 가스전 개발에 한국기업의 참여를 희망한다"고 밝혔으며, 친환경 버스 도입 문제에 대해선 "우리도 수요가 있으니 협력하자"고 답변했다.

압둘라 총리는 또한 삼성물산이 참여하는 도하 메트로 역사 건설 관련 분쟁과 관련해 "한국기업의 애로사항을 잘 알고 있다"며 "관심을 갖고 잘 챙겨보겠다"고 밝혔다.

압둘라 총리는 한국과의 LNG 장기 도입 계약 갱신을 요청했고 이 총리는 이에 대해 "양국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합의되길 기대한다"며 "조건을 제시하면 관련 기관 간 호혜적 협상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두 총리는 이날 논의된 내용을 결론짓기 위해 오는 10월 카타르 도하에서 양국 산업부 장관이 참여하는 고위급 전략회의와 비즈니스포럼을 동시에 개최하기로 했다.

이 총리가 먼저 "오늘 여러 현안이 많이 나왔는데 가능하면 실무회담을 거쳐 고위급 전략회의에서 결론을 내리자"고 제안했고 카타르 측은 이에 동의했다.

이 총리는 이 자리에서 카타르의 한국 투자 확대도 요청했으며, 압둘라 총리는 "비즈니스포럼을 하게 될 텐데 그때를 계기로 이용하자"고 화답했다.

양국은 이 총리의 제안에 따라 양국의 단기체류 사증면제 기간을 기존 30일에서 60일로 확대하는 방안도 합의했다.

이 총리는 카타르의 항공편 증편 요구에 대해 "항공당국 간 협의해 호혜적 협력 방안을 모색하자"고 답변했다.

양국은 이날 법무부 간 '법무 분야 상호협력 MOU(양해각서)', 국립박물관 간 '학술교류와 협력을 위한 MOU', 경찰청과 카타르 내무부 간 '치안협력을 위한 행동계획' 등을 체결했다.



이 총리는 이에 앞서 압둘라 빈 하마드 알 싸니 부국왕을 예방했다. 타밈 국왕이 해외 체류 중인 상황이어서 부국왕을 대신 만났다.

압둘라 부국왕은 타밈 국왕의 이복동생으로 형제들 가운데 타밈 국왕과 가장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이 총리는 "카타르가 중동 지역 최초로 2022년 월드컵을 체결하게 된 것을 축하드린다"며 "2002년 월드컵 개최 경험을 공유하며 교통·치안·사이버보안·인프라 등 분야에서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압둘라 부국왕은 "한국기업의 놀라운 성과를 잘 알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프로젝트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북부 가스전 사업에 한국기업의 참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타밈 국왕이 '한국기업의 입찰 참여를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압둘라 부총리 역시 전날 친교 만찬에서 "국왕께서 3번이나 나에게 전화해 '이 총리의 일정도 직접 챙기고 극진히 모시라'고 했다"며 "또한 국왕께서는 '한국기업의 애로에 대해 나도 잘 알고 있으니, 해결되도록 노력하라'고 이야기했다"고 소개했다.

한국과 카타르는 1974년 수교 이래 에너지·건설 분야를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서 호혜적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왔다. 특히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의 카타르 방문 때 하마드 국왕과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전방위적 동반자 관계'를 선언했다.

카타르는 한국의 제1위 LNG 공급국(32%)이자 제5위 원유공급국(5.9%)이다. 양국 교역 규모는 약 168억 달러로 한국의 대중동 무역에서 사우디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주요 경제협력 파트너다. 다만 대규모 LNG 수입에 따라 한국이 약 158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하는 구조다.

건설 분야의 경우 그동안 카타르 국립박물관, 움 알 하울 담수복합발전소, 도하메트로 등 대형 국책 인프라 사업을 우리 기업이 수주했다. 지난해 기준 수주 누적액 228억 달러로 카타르는 한국의 8번째 해외건설 수주시장이다.

한편 STX엔진의 카타르 LNG 운반선 유지·보수 사업 계약도 이날 체결됐다. 이 사업은 3천900만 달러(약 460억원) 규모로, 우리 중견기업이 카타르에 LNG 선박 유지·보수 서비스 5년 장기계약으로 진출한 최초 사례라는 의미가 있다.

yu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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