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서 2만명 넘게 "공정선거" 시위…수년래 최대 규모

입력 2019-07-21 19:31
모스크바서 2만명 넘게 "공정선거" 시위…수년래 최대 규모

야권 지도자들 대거 참여…'푸틴은 거짓말쟁이' 구호에 하야 촉구까지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20일(현지시간) 공정선거를 촉구하는 보기 드문 대규모 시위가 펼쳐졌다.

오는 9월 열리는 시의회 선거를 앞두고 선거 당국이 유력 무소속 후보들의 등록 신청을 거부하자 촉발된 것이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모스크바시 당국이 2시간만 허가한 이번 시위에는 2만2천여명(경찰 추산 1만2천명)의 시민이 운집해 "이곳은 우리의 도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벌어진 집회로는 최대 규모라고 AFP가 보도했다.

시위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알려진 유명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43) 등 야권 지도자들도 대거 참여했다.

나발니는 무대에 올라 "우리는 그들에게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 줄 것" 이라며 "우리는 우리 후보들을 위해 싸우겠다"고 외쳤다. 시위대는 이에 러시아 국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나발니는 선거 당국이 1주일 내로 야권 운동가인 일리야 야신(36)과 반부패재단 변호사인 류보피 소볼(31) 등 유력 후보들의 등록을 받지 않을 경우 내주 모스크바 시청에서 더 큰 시위를 열겠다고 위협했다.

선거 당국의 등록 거부 결정에 항의해 1주일간 단식 투쟁을 벌였다는 소볼 변호사도 지친 모습으로 이날 시위에 나와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이길 것이라 확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에서는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까지 나왔다. '푸틴은 거짓말쟁이', '거짓말은 그만둬라' 등의 플래카드가 곳곳에 등장했다.

야신은 "나는 인생 절반을 푸틴 정권에서 살았다. 이젠 지긋지긋하다"며 푸틴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역시 이번 선거 등록 신청을 거부당한 야권 정치인 드미트리 구드코프는 당국이 시민들의 돈과 투표권뿐 아니라 머지않은 장래까지 훔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위에 참여한 모스크바 시민들은 당국이 '노골적인 불의'를 저지르고 있음을 규탄하며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다고 말했다.

21살 학생 알렉산더 폴로빈킨은 "우리는 무법성에 대해 분노한다"고 했고, 51세 운전기사인 엘레나 바울리나는 "나는 자유로운 나라에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시위는 러시아에서 지방선거와 관련해 열린 것으로는 최대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발니는 트위터에서 이 시위가 자신이 2012년 이후 참여한 시위 중 가장 큰 것이었다고 밝혔다.

모스크바 선거 당국은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야권 정치인들에게 5천 명의 추천인 서명을 받을 것 등의 까다로운 절차를 요구하고 있다. 서명을 받아 오더라도 일부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며 후보 등록 신청을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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