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세계수영] 쾌활한 호턴, 진지한 쑨양…"결승전에서 봅시다"
호턴은 끊임 없이 쑨양의 약물 이력에 의혹 제기
(광주=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물속에서는 '속도'로 경쟁하고, 수면 위에서는 '도핑 문제'로 맞서는 쑨양(28·중국)과 맥 호턴(23·호주)이 간 발이 차로 서로의 얼굴을 피했다.
하지만 남자 400m 결승전에서는 마주칠 수밖에 없다.
쑨양은 21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에서 3분44초10에 레이스를 펼쳐, 전체 1위로 결승에 진출했다.
적당하게 속도를 조절한 호턴도 3분45초51로 전체 5위로 결승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먼저 경기를 치른 건, 호턴이었다. 호턴은 4조 4번 레인에 섰고 조 2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호턴이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들어서자 호주는 물론이고 각국에서 온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호턴은 밝은 표정으로 "예선 기록이 보여주는 건 많지 않다. 준비를 잘했고, 결승에 갈 수 있을 만한 기록을 냈다"며 "중요한 건, 다음 과제"라고 했다.
호턴이 취재진을 상대하는 동안 쑨양이 포함된 5조 경기가 이어졌다. 취재진 중 한 명이 이를 언급하자 호턴은 씩 웃었다. 결승을 치르기 전까지는 쑨양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려는 뉘앙스였다.
쑨양은 예선 전체 1위의 훈장을 달고 믹스트존에 들어왔다. 호턴이 믹스트존을 떠나고서 3분 정도가 지난 시점이었다.
쑨양은 "어느 대회에서나 첫 경기는 힘들다. 열심히 훈련한 덕에 첫 경기를 잘 치렀다"며 "결승전에서는 내가 더 잘할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쑨양은 짧고 간결하게 인터뷰를 한 뒤 믹스트존을 떠났다.
중국 취재진은 쑨양에게 많은 질문을 하지 않았다. 도핑 문제도 언급하지 않았다.
쑨양은 지난해 9월 도핑검사 샘플을 채집하기 위해 자택을 방문한 국제 도핑시험관리(IDTM) 직원들의 활동을 방해해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쑨양은 경호원들과 함께 망치를 이용해 혈액이 담긴 도핑용 유리병을 깨뜨렸다.
국제수영연맹(FINA)은 쑨양을 '경고 조처'했다.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실효성이 없는 징계'였다.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쑨양의 징계와 관련해 FINA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지만, CAS가 재판을 미루면서 쑨양은 광주 대회에 정상적으로 출전했다.
쑨양은 21일 오후에 열리는 400m 결승에서 이 종목 대회 4연패에 도전한다.
가장 큰 경쟁자는 호턴이다. 호턴은 2016년 리우올림픽 자유형 400m 결승에서 대회 2연패를 노리던 쑨양을 밀어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쑨양은 2017년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에서 호턴에 설욕하며 대회 3연패를 달성했다.
장외 설전에서는 호턴이 더 호전적이다. 호턴은 쑨양의 도핑 전력을 끊임없이 문제 삼았다. "쑨양은 라이벌이 아닌 금지약물 복용자"라는 강한 수위의 발언도 했다.
쑨양은 공개적인 답은 피하지만 호턴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에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다.
여론은 쑨양에게 불리한 편이다. 그러나 쑨양의 선전을 기원하는 목소리도 크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자유형 선수(The greatest freestyle swimmer of all time)'라고 쓴 현수막을 든 중국 팬들은 21일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쑨양을 열정적으로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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