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D-365] ③진전없는 남북단일팀…유도만 결성 가능성
IOC가 단일팀 구성 승인한 4개 종목은 여자하키·여자농구·조정·유도
여자농구·조정은 본선 진출 가능성 작고 여자하키는 이미 남측 선수들로만 예선 마쳐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1년 앞으로 다가온 도쿄 하계올림픽에서 남북이 국제종합대회 사상 세 번째로 단일팀을 구성할 수 있을까.
남북 관계가 교착상태에 놓이면서 단일팀 결성 역시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3월 집행위원회를 열어 도쿄올림픽 개회식 남북 공동입장과 남북단일팀의 참가를 승인했다.
IOC의 승낙을 받아 남북이 구성하기로 한 단일팀 종목은 여자농구, 여자하키, 유도(혼성단체전), 조정 4개다.
그러나 이후 진전된 내용이 전혀 없다.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양측이 성과 없이 돌아선 뒤 훈풍을 타던 남북 관계는 다시 표류했다.
북측이 남측과의 협상보다 미국과의 담판에 주력하는 터라 올림픽 단일팀 구성을 포함한 남북 체육 교류는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
대한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공식·비공식 자리를 통틀어 남북이 올림픽 단일팀 관련 회의를 한 건 2월 스위스 로잔에서 IOC와 남북 간 3자 회의가 마지막"이라며 "북측에 단일팀 구성에 관한 여러 제의를 했지만 명확한 답을 듣지 못했다"고 22일 전했다.
이기흥 체육회장은 IOC 신규위원으로 선출된 6월, 로잔에서 김일국 체육상을 만나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 설치 등 남북 체육 교류 증진 방안을 협의했지만, 단일팀 구성과 관련한 확답은 듣지 못했다.
IOC는 남북 단일팀이 합동 훈련 등을 거쳐 종목별 올림픽 예선 첫 경기부터 출전하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하지만, 북측의 묵묵부답으로 남과 북이 따로 올림픽을 준비하는 형편이다.
여자 하키의 경우 6월 올림픽 1차 예선 성격을 지닌 2019 국제하키연맹(FIH) 시리즈 파이널스에 남측 선수들로만 대표팀을 꾸려 경기를 치렀다.
조정은 8월 말부터, 여자 농구는 9월 말부터 올림픽 예선을 시작한다.
특히 조정의 엔트리 마감은 7월 25일이나 북측이 단일팀 구성과 관련한 어떤 얘기도 전해오지 않아 하키처럼 남측 선수들만으로 대표팀을 구성해야 한다.
체육회 측은 "조정과 여자 농구는 솔직히 올림픽 본선 진출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하키는 우리 선수들만으로 이미 1차 예선을 치른 터라 단일팀 구성 협상이 진행되더라도 예선을 뛴 우리 선수들을 뺄 순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도쿄올림픽 단일팀 결성 가능성이 높은 종목으론 유도만 남는다.
유도 혼성단체전은 먼저 올림픽 출전권을 자력으로 확보한 선수들로만 팀을 꾸린다는 점에서 여자 농구, 여자 하키, 조정과 단일팀 구성 방식이 다르다.
올림픽 개막 직전까지 단일팀 구성 협상을 이어갈 수 있어 다른 종목보다 훨씬 여유롭다.
단일팀 구성 논의가 지지부진하고 시간은 자꾸만 흘러가는 상황에서 남북 관계가 급변해 다시 대화의 물꼬가 트이더라도 체육회의 고민은 줄지 않는다.
도쿄올림픽 개막을 코앞에 두고 북측이 단일팀 구성을 서두르자고 제안한다면, 작년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재판이 될까 봐 체육회는 우려한다.
당시 역사적인 올림픽 첫 단일팀이라는 대의명분에 대부분의 국민이 공감했다.
그러나 북측 선수들의 가세로 올림픽 출전권을 오롯이 실력으로 확보한 우리 선수들이 출전 시간 등에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반론이 나오면서 국민 정서를 총체적으로 고려하지 못하고 시간에 쫓긴 단일팀 추진은 적지 않은 후폭풍에 시달렸다.
남북은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처음으로 단일팀을 이뤄 전 세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IOC와 국제아이스하키연맹의 지원으로 탄생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코리아'는 단숨에 평화 올림픽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고 스포츠만이 전할 수 있는 감동의 메시지를 지구촌에 전파했다.
남북은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을 바탕으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여자농구와 카누, 조정에서 단일팀을 구성해 '코리아'의 이름으로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합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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