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제식 교육받는 간호사·전공의 '괴롭힘 금지법' 효과 있을까

입력 2019-07-20 08:00
도제식 교육받는 간호사·전공의 '괴롭힘 금지법' 효과 있을까

간호사 '태움'·전공의 '교수 폭언·폭행'…신고는 미지수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상사의 폭언이나 폭행 등에 노출된 간호사와 전공의 등의 근무환경에도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쏠린다.

20일 의료계는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최근 시행됐지만, 간호사 '태움'(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를 괴롭히며 가르치는 방식을 일컫는 은어)과 전공의 '교수 폭언·폭행' 등 의료계의 고질적인 괴롭힘 문제가 해결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내놨다.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접수하거나 사건을 인지했을 경우 지체 없이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하지만 간호사와 전공의들 가운데 괴롭힘 피해자가 이를 병원에 신고하는 것은 해당 병원에서 근무하는 것을 포기할 때나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어렵다는 게 의료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1년에 한두 번씩 수련병원에서 터지는 전공의에 대한 지도교수의 폭언, 폭행 사건도 피해 전공의보다는 제3자가 이를 폭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공의들은 부당한 대우를 당하더라도 수련 기간에 계속 얼굴을 마주쳐야 할 담당 교수에게 밉보일 것을 각오하고 용기를 내 신고할 전공의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승우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교수의 폭언·폭행 증거자료가 있더라도 전공의 입장에서는 이를 공개하기 부담스러워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그동안은 교수의 폭언·폭행을 밝혀도 징계 없이 전공의를 설득하거나 회유해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점도 신고를 어렵게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간호사들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태움 등이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조직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도 있지만, 확실한 징계 등의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같이 근무하는 선배 간호사를 신고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전했다.

다만 법안 마련으로 그동안 관례로 여겨졌던 강압적인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이 회장은 "법안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지도교수나 수련병원의 바뀌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각 수련병원에서 영향력이 있는 몇몇 교수가 나서 폭언이나 폭행에 대한 경각심을 강조하더라도 큰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괴롭힘에 따른 사후 대책보다는 괴롭힘의 근본적 원인인 열악한 근로환경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최근 성명에서 "간호사들에게 벌어지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의 가장 큰 원인은 부족한 인력"이라며 "살인적인 초과근무, 높은 노동 강도, 위계적인 업무 시스템, 불충분한 식사 시간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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