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은 모두를 위한 음악, 제가 다리가 될게요"

입력 2019-07-21 06:00
"클래식은 모두를 위한 음악, 제가 다리가 될게요"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인터뷰…27일 '핑크퐁' 콘서트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16세에 바이올린을 시작해 미국 명문 뉴잉글랜드음악원(NEC) 졸업, 앙상블 디토 합류, 캐나다 최대 음악교육기관인 로열컨서버토리오브뮤직(RCM) 강사.

한국계 미국인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28)의 '간단한' 이력이다. 18일 종로구 수송동에서 만난 이 음악가는 시종일관 쾌활한 몸짓과 다채로운 표정으로 이야기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미국에 이민한 화학자 부부 아래 외동아들로 태어난 대니 구는 어릴 적 교회 성가대에서 음악을 처음 접했다. 취미로만 하던 음악을 직업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한 건 대학 입시 무렵. 우연히 참여한 예술캠프가 전환점이 됐다.

"음악은 듣는이를 위로하는 친구가 될 수도, 다친 마음을 치료하는 의사나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무엇이 될 수도 있어요. 모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어요."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대니 구는 2∼3년 전부터 한국으로 활동 보폭을 넓혔다. 공연기획사 크레디아와 전속계약을 하고 비올리스트 용재 오닐이 이끄는 앙상블 디토와 협연했다. 눈길을 끄는 건 활발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 매일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연습 장면을 공개하고 팬들과 소통한다. 클래식 연주자들 사이에서 일반적인 행보는 아니다.

"3년 전 한국에서 공연했는데 분위기가 정말 뜨거운 거예요. 어떻게 이들과 더 소통할까 고민하다 아! 인스타그램을 해야겠다 싶었죠."

고민도 있었다. 완벽한 연주가 아니라 미완성 연습 과정과 일상생활을 보여주는 게 커리어에 해가 될지 모를 일이었다. 그래도 이 여정을 이어간 건 SNS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세상이 발달하는 만큼 클래식 시장은 발전하지 않았어요. SNS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에요. 그걸 보고 꼭 제가 아니어도 누군가의 클래식 라이브 공연을 봐야겠다고 느끼게 하는 게 목표예요. 스마트폰이 다리 역할을 하는 거죠."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여는 '핑크퐁 클래식 나라-뚜띠를 찾아라'도 이런 노력 가운데 하나다. 대니 구는 유튜브에서 핑크퐁 캐릭터들과 클래식을 소개하는 '핑크퐁 클래식' 시리즈를 비롯해 네이버 V라이브 채널의 '쿠교수님', '방구석 콘서트' 시리즈를 진행 중이다.

"핑크퐁 '아기상어' 도입부가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이라는 걸 아시나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아리아, 차이콥스키 발레음악 '호두까기 인형'의 대목처럼 많은 분이 귀에 익은 클래식이 동요에 녹아 있어요. 아이들이 클래식은 돈이 많이 드는 음악, 어려운 음악이라는 편견이 생기기 전에 쉽게 쉽게 전달해주고 싶어요. 클래식이 모두를 위한 음악, 벽이 없는 음악이 되길 바라요."



한국 나이로 서른을 목전에 둔 그의 목표는 뭘까.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이 묻어나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열심히 달려가면 이뤄진다고 100% 믿어요. 저는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주변에 소문내고 다녀요. 말하다 보면 이뤄지거든요. 그리고 '플랜B'를 생각지 않아요. '플랜A'의 에너지가 훼손될까 봐요. 어차피 음악은 죽을 때까지 할 거니까, 30대에는 좋은 음악을 꾸준히 할 방법을 찾아 달려 나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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