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 지역경제] '동네 살리는 소비'…인천 지역화폐 열풍
8∼10% 캐시백혜택 순식간에 가입자 60만 돌파…"지자체재정 고려 보완책 필요"
(인천=연합뉴스) 신민재 기자 = 인천시가 전국 최초로 모바일 앱과 선불카드 개념을 결합해 선보인 카드형 지역화폐 열기가 뜨겁다.
작년 6월부터 발행된 '인천e음 카드'는 초기엔 그다지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4월 결제액 일부를 환급해주는 캐시백 혜택이 도입되자 가입자와 이용액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연초에 월평균 5천명 수준을 넘지 못했던 인천e음 가입자(모바일 앱을 설치하고 카드를 등록한 인원)가 4월 4만명을 시작으로 급증해 최근 62만2천명까지 늘었다.
이 중 인천 시민이 아닌 타 지역 주민이 인천에서 혜택을 받고 소비하려고 가입한 경우가 전체의 5%(약 3만명)라는 게 시의 설명이다.
가입자들이 카드에 충전한 금액도 지난 4월 50억원, 5월 571억원, 6월 1천485억원, 7월 1∼14일 1천159억원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실제 카드 결제액은 4월 38억원, 5월 44억원, 6월 1천386억원, 7월 1∼14일 1천93억원에 달한다.
인천시는 올해 인천e음 카드 사용액이 총 1조7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시민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인천e음 카드의 캐시백 혜택은 인천 전역에서 결제시 사용액의 6%를 다시 카드에 입금해주는 구조다.
여기에 서구, 연수구, 미추홀구는 자체 예산으로 2∼4%의 추가 캐시백을 제공해 이들 자치구에서 결제하면 소비자는 총 8∼10%를 환급받는다.
백화점,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 가맹점 중 본사가 인천이 아닌 기업의 직영점포, 유흥주점 등을 뺀 17만5천개 업소에서 이용할 수 있다.
업소 숫자로는 인천 시내 전체 업소의 99.8%에서 캐시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직장인의 연말정산 혜택도 쏠쏠하다.
현금과 동일하게 30% 소득공제가 되며 전통시장에서 사용하면 40%까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사업자도 인천e음 모바일 앱 QR 간편결제 시스템을 통해 카드수수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김남영 서구상인협동조합 사무국장은 "2004년 장사를 시작하고 항상 주변 상인들에게서 '경기가 최악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캐시백을 주는 지역화폐가 도입된 뒤 장사할 만하다는 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지역화폐가 '자영업자와 지역상권을 살리는 효자'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경기, 전북, 경북 등 다른 지역에서도 발행하는 지자체가 확산하고 있다.
전국 지자체의 올해 지역화폐 발행 예정액은 2조3천억원으로 작년 3천714억원의 6.2배에 이른다.
인천시의 경우 캐시백과 운영비 등으로 640억원의 예산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가 이런 재정 부담을 안으며 지역화폐를 도입한 가장 큰 이유는 시민들이 인천에서 돈을 쓰지 않는 역외소비율을 낮춰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인천시민이 사용한 신용카드 금액 10조7천억원 중 52.8%에 해당하는 5조6천억원은 인천이 아닌 다른 지자체에서 사용됐다.
이는 같은 수도권인 서울(21.3%)은 물론 특·광역시인 울산(49.1%), 광주(45.5%), 부산(44.7%), 대구(44.3%) 등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파격적인 캐시백 혜택으로 지역상권 활성화라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지역화폐를 장기간 유지하려면 지자체 재정 상황을 고려해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승헌 인천연구원 지역경제연구실 연구위원은 "지역화폐를 도입하면서 사용액을 지나치게 낮게 예측한 측면이 있다"며 "추가적으로 업종을 제한한다거나 캐시백을 조율하는 문제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천 서구의 경우 지난 19일부터 캐시백 혜택을 축소했다.
애초 결제액의 10%를 무제한으로 제공했지만 월 결제액 기준으로 30만원 미만 땐 10% 캐시백을 유지하고 30만∼50만원은 7%, 50만원 이상은 6% 캐시백만 지급하기로 했다.
서구는 추경 예산까지 편성하며 10% 캐시백 혜택을 유지하려 했지만, 발행액(충전액)이 출시 71일 만에 1천억원을 돌파하는 등 기대치를 크게 웃도는 바람에 도입 2개월도 안 돼 캐시백 혜택을 축소하게 됐다.
남동구는 추가 캐시백을 주려던 계획을 보류했다.
지역화폐의 여러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자치구 재정 여건이나 단체장의 정책 우선순위에 따라 추가 캐시백을 주지 않는 지역 주민이 받을 수 있는 상대적 박탈감도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천시는 아직 제도 시행 초기인 만큼 개선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안광호 시 소상공인정책팀장은 "인천 소상공인이 참여하는 온라인 인천e몰과 수수료를 대폭 절감할 수 있는 전화주문 앱 등 e음카드 플랫폼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s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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