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호르무즈서 이란 무인기 파괴", 이란은 부인…군사긴장 고조(종합3보)
트럼프 "미 군함 위협한 이란 무인기에 안전위협 방어조치"
이란군 "모든 무인기 무사 귀환"…31년만에 미·이란 군사 충돌
(워싱턴·뉴욕·테헤란·서울=연합뉴스) 이준서 임주영 강훈상 특파원 황철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미 해군 군함이 걸프 해역 입구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무인정찰기를 파괴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에 "미 해군 수륙양용 강습상륙함 복서함(USS Boxer)이 이란의 무인기에 대해 방어 태세에 따른 조처를 했다"라며 "그 무인기는 즉시 파괴됐다"라고 밝혔다.
이번 공격은 지난달 20일 이란 혁명수비대가 미군 드론을 격추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한 달의 시차가 있지만 양측이 군사적으로 직접 공방을 벌인 것은 1988년 4월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기뢰로 미 구축함이 침몰하자 미군이 이에 반격한 이후 31년 만이다.
지난해 미국의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에서 비롯된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군사 행동으로까지 번지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중동의 긴장이 한층 첨예해질 전망이다.
트럼프 "미국 군함, 호르무즈해협서 이란 드론 격추" / 연합뉴스 (Yonhapnews)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무인기는 매우, 매우 가까운 거리, 약 1천야드(약 914m)가량 거리까지 접근했다"며 "물러나라는 여러 차례의 호출을 무시했고 선박과 선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것은 국제 수역에서 운항하는 선박에 대한 이란의 많은 도발적이고 적대적인 행동의 가장 최근의 일"이라며 "미국은 우리의 인력과 시설, 이익을 방어할 권리가 있으며 모든 국가가 항행, 국제 교역의 자유를 방해하려는 이란의 시도를 규탄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한 다른 나라들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할 때 그들의 선박을 보호하고 앞으로 우리와 함께 일할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미 국무부는 19일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된 나라의 자국 주재 대사들을 불러모아 이란의 위협에 대응하는 '호르무즈 호위 연합' 계획을 설명한다.
이와 관련, 미 국방부의 조너선 호프먼 대변인은 "복서함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위협 범위에 들어간 이후 무인기에 대한 방어 조처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고정익(翼) 무인항공기가 복서함에 접근했으며 위협 범위 내에 들어왔다"면서 복서함이 함정과 선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무인항공기에 대해 방어 조처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인기가 현지시간으로 18일 오전 10시께 접근했고 복서함은 호르무즈 해협 공해상에 있었다면서 "우리는 해당 무인기를 이란 소속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CNN 방송에 따르면 미 국방부 당국자는 복서함에 타고 있던 제11해병원정대가 전자교란(電子攪亂) 공격을 가해 무인기를 떨어뜨렸다고 전했다. 이 부대는 지상과 선상에서 사용 가능한 대무인기용 전자전 장비를 갖췄다.
이에 대해 사르다르 압돌파즐 셰카르치 이란군 대변인(준장급)은 19일 "트럼프의 몽상과 달리 호르무즈 해협에서 기동하는 모든 무인기가 기지로 안전하게 귀환했다"라며 "미 군함이 대응했다는 보고는 없다"라고 부인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도 19일 트위터에 "복서함이 자국 무인기를 오인해 떨어뜨린 게 아닌가 우려된다"라는 글을 올렸다.
미국은 이날 이란 무인기 공격 사실을 발표하기에 앞서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도 단행했다. 미 재무부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관련된 개인 5명과 7개 기관에 대해 제재를 가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달 20일 새벽 이란 남동부 부근 해상에서 미군 무인정찰기 RQ-4 글로벌 호크 1대가 영공을 침범했다면서 대공 방어 미사일로 격추했다.
이에 미국은 당일 세 곳의 타격 지점을 대상으로 보복 공격을 계획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 공격으로 150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보고를 받고 작전 실행 10분 전에 이를 중단시켰다고 지난달 21일 트위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미국의 핵합의 탈퇴에 맞서 이란은 5월부터 핵합의 이행 수준 일부를 지키지 않으면서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5월 초 걸프 해역에 항공모함 전단, 폭격기 편대를 조기 증파했고, 5월과 6월 오만해에서는 유조선 6척이 공격받았다.
미국은 이를 이란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이란은 전쟁의 명분을 쌓으려는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공작이라고 비판했다.
이달 4일엔 영국령 지브롤터 당국이 대시리아 제재 위반을 이유로 이란 유조선을 억류한 뒤로는 이란군이 영국 등 서방국가 선적의 유조선을 보복성으로 나포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 14일에는 파나마 선적 유조선 리아호가 이란 영해로 진입한 뒤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졌고 이란은 18일 이 배가 이란산 석유 연료를 밀수하려다 혁명수비대에 적발돼 억류했다고 발표했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