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담요'서 '해썹'까지 아폴로 기술 일상 곳곳에 녹아있어
달 거주 '아르테미스' 프로그램도 같은 효과 기대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아폴로 달 탐사 계획은 태양계에 관한 이해를 크게 넓혀놓았을 뿐만 아니라 이를 추진하면서 확보한 새로운 기술과 장치로 인류의 일상에도 많은 혜택을 줬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달착륙 50주년을 기념해 홈페이지에 게재한 '달에 가는 것은 힘들었지만 우리 모두에게 혜택은 컸다'는 글을 통해 우주 담요에서 디지털 비행 통제 기술에 이르기까지 아폴로계획이 가져다준 낙수효과를 소개했다.
지금은 인류가 흔히 접하는 일상이 됐지만 이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고, 아폴로계획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들이다.
◇ 디지털 비행 제어 장치 = NASA는 아폴로계획의 낙수효과 1호로 컴퓨터를 통한 '전기신호식 비행 조정 제어(fly-by-wire)'를 꼽았다. 이는 이전에는 듣도 보도 못하던 것이지만 아폴로 우주선에 최초로 도입된 이후 현재는 비행기를 넘어 차량에도 장착돼 있다.
아폴로 프로그램 초기에 조종사들은 동체를 조종하려면 케이블이나 막대 등으로 연결된 장치를 기계적으로 움직여야 했다. 하지만 조종사의 실수를 줄이고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아폴로의 사령선이나 달착륙선의 기기를 전기신호로 입력하고 작동하는 컴퓨터 통제 시스템이 필요했으며, 드레이퍼 연구소에 의뢰해 이를 개발했다.
이는 당시로선 획기적이었으며, 아폴로 이후에도 기술진전이 계속 이뤄져 첨단 비행기의 기본이 됐다. 현재는 자동차에도 확대돼 크루즈 기능과 잠김 방지 브레이크 시스템(ABS), 차량 자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주는 전자제어 주행 안정장치(ESC) 등으로 구현되고 있다.
◇ '해썹(HACCP)' 출발점 = 아폴로 계획을 추진하면서 골치 아팠던 문제 중 하나가 우주인들이 먹고 마실 음식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식품업체 필스버리는 NASA로부터 도움을 요청받고 최종 생산품을 현장에서 확인하는 기존 식품생산 관리 방식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으며 이후 원재료 생산부터 가공과 유통, 최종 소비까지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것이 바로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으로 아폴로계획에 최초로 적용됐으며 이후 필스버리 공장에서도 도입됐다.
미국 연방정부는 현재 육류와 해산물, 주스 생산업체에 해썹 절차를 이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식품 산업 전체를 대상으로 한 신규 규정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되고 있다.
◇ 구호 현장 필수품 '우주 담요' = 현실적으로 아폴로계획을 통해 얻은 기술 중 일상생활에 가장 널리 이용되는 것은 우주복 소재다. 재난 현장에서 나눠주는 담요나 마라톤 골인 지점에서 완주자들이 망토처럼 뒤집어쓰는 은박지처럼 생긴 것이 바로 우주복 소재로 만든 '우주 담요'다.
NASA는 초경량 마일라 금속 박막을 여러 장 겹쳐 무게나 넓이로 어떤 것보다 성능이 뛰어난 반사형 단열재를 만들어 냈으며 이를 지속해서 발전 시켜왔다. 현재 이 단열재는 NASA의 모든 우주선과 우주복에 사용되고 있다.
일상에서는 우주 담요를 넘어 기능성 의류와 소방 장비, 캠핑용품, 건물 단열재, 극저온저장장치, 자기공명영상장치, 입자가속충돌기 등에도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이밖에 아폴로 우주선을 탑재하고 발사된 새턴 5호 로켓의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개발된 기술은 지진이 흔한 지역에서 교량과 건축물 등의 내구력을 강화하는 데 이용되고 있으며, 2013년에 첫선을 보인 충전형 보청기의 배터리 기술도 아폴로 우주선에는 사용되지 못했지만, 그 출발점은 아폴로 계획이라고 한다.
NASA는 2024년까지 달에 우주인을 보내는 새로운 달 탐사 프로그램 '아르테미스'를 추진 중이다. 단순히 갔다가 오는 것이 아니라 거주를 목표로 하는 것이라 이에 필요한 기술과 인프라도 아폴로 계획 때와 마찬가지로 상당 부분이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태이며, 이를 위해 창출되는 기술이나 장치 역시 지구에서 응용될 수 있으며 새로운 경제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omn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