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외무장관 "美, 정치목적 위해 가장 잔인한 경제 테러"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미국이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일방 탈퇴 후 자국에 가한 경제제재를 잔혹한 '경제 테러'라고 비난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지속 가능 개발 회의에 참석한 그는 "이란인들은 불법적인 정치적 목적을 위해 무고한 민간인을 겨냥한 가장 잔혹한 형태의 경제 테러의 표적이 됐다"고 주장했다.
자리프 장관은 "이런 불법적이고 법의 범주를 벗어난 제재는 이란과 많은 이웃국가의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 달성의 최대 위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과 이란 그리고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은 지난 2015년 이란 핵 개발 포기와 이란 경제제재 해제 등이 담긴 핵 합의에 서명했다.
그러나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작년 5월 이란 핵 개발을 막을 수 없다며 합의 탈퇴를 선언하고 대(對)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이란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핵 합의를 탈퇴 1주년인 지난 5월 8일 '전략적 인내'를 끝내고 핵 합의 이행 범위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이란의 미군 무인기 격추에 대한 보복 공격을 계획했다 취소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최고지도자 등을 겨냥한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
이란은 1단계 조처로 핵합의에서 제한한 저농축 우라늄과 중수의 저장 한도를 넘겼고 7월7일 2단계 조처로 우라늄 농축도 상한(3.67%)을 넘겨 4.5%까지 농축했다.
또 이란은 60일 뒤(9월 5일)까지 유럽이 자국 원유 수입을 재개하지 않으면 3단계 조처를 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자리프 장관은 블룸버그 TV와 인터뷰에서 이런 일련의 조처를 '핵 합의에 기반한 이슬람 공화국의 권리'라고 규정하며 예고한 대로 이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우라늄 농축을 계속할지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 우리는 단계적 조처를 계속해 나갈 것이며 이는 합의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리프 장관은 사실상 폐기 위기에 놓인 핵 합의를 되살리기 위해 탄도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추가해 미국과 재협상하는 것에 대해서는 "말을 두 번 사지 않는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앞서 자리프 장관은 지난 15일 미국 NBC 방송과 인터뷰 도중 '미국과 협상한다면 탄도미사일 프로그램도 포함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우리의 미사일을 놓고 얘기하고 싶다면 먼저 미사일을 포함한 무기를 중동에 팔지 말아야 한다. 제재를 철회하면 협상의 여지는 활짝 열렸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자리프 장관의 발언에 대해 "이란이 처음으로 미사일 프로그램을 협상할 준비가 됐다고 말한 것이 제재의 효과"라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이란 측은 이런 해석을 일축했다.
자리프 장관은 또 이란이 내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출신의 새 대통령이 당선돼 새로운 판이 짜이기를 기다린다는 일각의 관측도 일축했다.
그는 "온전한 정신을 가진 국가라면 통제력이 미치지 못하는 결과에 근거해 외교 정책을 세우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의 재선 확률이 "50% 이상"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은 이번에 유엔 회의 참석차 자국을 방문한 자리프 장관에게 방문지를 유엔청사와 이란 대표부, 대표단 숙소 등으로 제한한 비자를 발급했다.
이에 대해 자리프 장관은 "분명 우호적인 조처는 아니다. 대표부 직원과 가족들을 어려움에 부닥치게 했다"며 "하지만 그 외 다른 곳에서 볼일이 없는 나는 괜찮다"고 언급했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