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훈 "美, 한일 알아서 해법 찾으란 단계 넘어서는 듯"
워싱턴DC서 간담회…"美, 초기 중립에서 우려 넘어 심각 인식 도달"
"일본이 노력해야…일본 요구 중재위 해법은 국민·피해자 공감 필요"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이수훈 전 주일대사는 17일(현지시간) 미국이 한일갈등에 대해 중립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넘어 심각한 인식에 도달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태 해결을 위한 일본의 노력을 강조했다.
이 전 대사는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미국이 (처음에는) 순전히 한일 두 나라, 두 정부 사이의 이슈이기 때문에 알아서 잘 해법을 찾으라 이거였는데 지금은 그런 단계를 조금 넘어서고 있는 것 같고 그런 분위기가 확실히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방미 중 만난 인사 중) 현직에 있는 분도 있고 국무부에서 오래 여러 역할 하신 분들도 있는데 초기엔 중립을 유지한다(는 미국의 입장)에서 (지금은) 우려를 넘어서서 심각하다는 인식에 도달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사는 "미국 인사들이 이 상황을 무역분쟁이라고 하던데 이것은 일본 정부의 일방적인 경제보복 조치에 따라 벌어진 한일간의 경제전쟁이라는 얘기를 했다"면서 "이번에 일본 정부가 취한 행동은 (미래지향적 협력이라는) 한일간에 상당 기간 쌓여오고 굳어진 투트랙 외교 원칙을 허무는 것이라는 말씀을 (미측에)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미국 기업에도 금방 (한일갈등의 여파가) 닥치게 돼 있고 곧 피해를 보게 돼 있기 때문에 한미일 삼각 경제 파트너십에 심각한 도전이라는 얘기를 강조해서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측 인사들이 한국 정부에 구체적인 해결방안이나 역할을 요청하지는 않았다면서 "제가 주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만남이었다"고 부연했다.
이 전 대사는 현재 한일 갈등 해결과 관련해 "우리가 피해자이고 일본이 가해자다. 갑과 을이 뒤바뀐 것"이라며 "일본이 노력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결과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상황을 이끌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하고 원상회복을 하는 것이 유일한 길"이라고 부연했다.
이 전 대사는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사전 묵인 속에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는 질문에 "미국이 강대국으로서 일본과 한국이 다 동맹국인데 중간에서 (그러는 것은) 균열을 볼 수도 있는 행동이다. 있을 수 없고 우리 내부에서 이런 인식을 가지면 곤란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일본이 제3국을 통한 중재위 구성을 요구하는 것과 관해서는 "우리 정부도 안된다는 건 아니었다. 심각하게 검토했다. 현재까지는 수용하지 않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라면서 "다양한 해법 중 하나이고 중재위 해법으로 가기 위해서는 국민들께서, (강제징용) 피해자들께서 공감을 표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설립됐다가 해산된 화해치유재단 문제와 관련, "도저히 해산하지 않으면 안 될 막다른 골목까지 간 것"이라며 "당시 (한국이) 차관을 보내 일본 정부에 사정을 세밀하게 설명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9월 유엔총회 계기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상세하게 설명해줬다"고 했다.
간담회에 동석한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에 대해 미국 내 분위기는 대체로 사태 악화를 방지하고 문제를 평화적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분위기였던 거 같다"고 전했다.
이 원장은 한일갈등으로 인한 한국의 피해 규모와 관련해 "잠정적으로 우리 반도체가 10% 정도 생산 감소시 정확하진 않겠지만 대략 GDP(국민총생산) 0.27%에서 좀 더 넘는 수준까지도 좀 감소 효과가 있지 않겠느냐(라는 전망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사는 KIEP가 한미경제연구소(KEI)와 이날까지 이틀간 워싱턴DC에서 개최한 오피니언 리더 세미나 참석차 방미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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