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최저임금 인상률 조금 더 낮았으면 좋았을 것"
"6년간 규제개혁 외쳤는데 이제 겨우 첫 관문 도달한 듯"
상의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여러 사람 공감하기 시작한 단계"
(제주=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6년 동안 규제개혁을 해달라고 목청 높여 외쳤는데 이제 겨우 첫번째 관문에 도달한 것 같다."
'규제개혁 전도사'를 자처하는 박용만 회장은 17일 제주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4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규제개혁 노력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규제를 바꿔야 한다는 당위성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공감을 얻고 있다"면서 "그런데 아직 전반적으로 그렇게 잘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박 회장은 최근 최저임금위원회가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2.87% 오른 시간당 8천590원)에 대해서는 인상률이 비교적 높았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박 회장과의 일문일답.
-- 이번 정부의 규제 해소 노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 당위성은 상당 부분 공유된 것 같다. 규제 샌드박스는 아직 이견이 많지만 된 일도 많아 긍정적으로 본다. 여러 사람이 공감하기 시작한 첫 관문에 도달한 것 같다. 두 번째 단계로 나아가려면 방법론 개발에 들어가야 한다.
하겠다는 의지는 있는데 잘 안되는 것들이 많다. 이제는 성공 사례를 자꾸 만들어 실증적 경험을 보태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의 규제개혁 성과가 체감이 잘 안 되는 이유를 생각해 봤다. 규제를 개혁한다면 필연적으로 고통이 따른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규제를 개혁하는 건 개혁이 아니다. 힘들고 어려운 걸 고쳐야 개혁이다.
-- 규제개혁 관련 부처 실무진들의 인식 변화도 느끼는지.
▲ 이제부터 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전까지는 규제 개혁에 실패했을 때의 폐해가 체감할 정도로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규제 개혁이 안 되니 신산업 전개가 다른 나라에 비해 뒤떨어지기 시작했고 대안은 마땅치 않다. 규제개혁 지연이 가져오는 폐해가 분명히 체감되기 시작하는 시기다.
-- 최근 결정된 최저임금 어떻게 보나.
▲ 결정된 비율에 대해서는 조금 더 낮았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결정구조는 한 위원회에서 전부를 결정하는 게 맞진 않다.
그래도 방식 자체보다 그 방식을 운영하는 규범에 문제 해결 실마리가 달려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구간설정위원회를 받아들이고 위원들의 중립성과 객관성을 보장해달라고 했었다.
앞으로도 기존 방식을 통해서라도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인상률이 설정될 수 있도록 규범적으로 세련됐으면 한다.
--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대기업이 중소기업 소재부품 육성에 나서지 않아 일본 수출 규제의 영향을 받았다는 비판이 있는데.
▲ (그런 비판은) 너무 나간 것 같다. 기술이 우위에 있고 '저스트 인 타임(JIT) 딜리버리'(적기공급)를 했던 일본 것을 많이 썼던 것이다. 이제부터는 대기업도 상당히 그림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한다.
-- 일본 수출 규제 맞선 기술 개발, 공급선 다변화 시도는 성공 보장이 없는데 어떻게 보나.
▲ 100% 성공한다는 보장이 있을 수는 없다. 국면이 좀 달라졌다고 봐야 한다.
과거에는 공급선 다변화 없이도 인접 국가에서 얼마든지 받을 수 있었는데 왜 돈을 들여 그걸(다변화) 하겠냐는 '경제적 방정식'이 통했다.
하지만 공급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그 방정식 자체가 작동하지 않는다. 기업들도 리스크를 분산해야 한다.
-- '경제전쟁'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사태 얼마나 길게 갈 거라고 보나.
▲ 경제보복이나 경제전쟁이란 단어는 맞지 않는다. 외교적 사안에 대해 경제적 수단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장기적 솔루션을 기업들이 각자 모색할 필요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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