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거부하고 폐원 안해주니 소송까지…막무가내 사립유치원

입력 2019-07-17 17:47
감사 거부하고 폐원 안해주니 소송까지…막무가내 사립유치원

30억대 환수·환급 반년 넘게 버터기…감사 회피용 자진 폐원도

경기교육청 "강제할 법적근거 없고 폐쇄시 학부모 되레 피해" 고심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 이후 대다수 유치원이 온라인 입학관리시스템(처음학교로)과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을 도입하면서 투명성과 공공성 확보에 동참하는 등 시대 요구에 응답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유치원은 여전히 감사를 거부하고, 이를 이유로 폐원(폐쇄) 신청을 반려한 교육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청은 감사와 행정처분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이를 거부한다고 해서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어 속앓이하고 있다.

17일 경기도교육청과 용인교육지원청 등에 따르면 용인시 A 유치원은 지난 5월 교육지원청을 상대로 '폐쇄인가 거부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보다 앞서 3월 유치원을 더는 운영할 수 없으니 문을 닫겠다며 폐원 신청을 했는데 교육청이 반려하자 '부당하다'며 소장을 접수한 것이다.

용인교육지원청 관계자는 "A 유치원은 사립유치원 사태 이후 방과후 과정을 더는 운영하지 않기로 하는 식으로 학부모들이 다른 유치원이나 어학원으로 옮기도록 유도한 것으로 파악했다. 재원생을 '0명'으로 만들어 놓고 폐원 신청했다"며 "교육청은 이를 편법 행위로 보고 특별감사를 요청하고 폐원 신청을 반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A 유치원은 특별감사 대상이 돼 도교육청으로부터 회계자료 제출을 요청받았으나, 이 또한 거부해 사립학교법 위반으로 고발돼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이다.

A 유치원뿐만 아니라 용인에서만 유치원 3곳이 폐원 신청을 냈으나 모두 반려됐다. 이들 역시 감사자료 제출 거부로 도교육청으로부터 고발된 곳들이다.

이 외에도 수원, 고양, 광주·하남교육지원청에서 감사 중이거나 감사거부로 등으로 고발된 유치원 3곳의 폐원 신청이 보류됐다.

일부 유치원은 도교육청의 감사 결과로 받은 신분상, 재정상 조치를 반년이 넘도록 이행하지 않고 버티고도 있다.



작년 말 도교육청은 감사 결과 수원 B 유치원이 교재·교구 관련 등의 특정 업체들과 거래한 적이 없는데도 마치 실제 거래가 있었던 것처럼 관련 서류를 조작한 것으로 보고 검찰에 고발했다.

또 이런 방법으로 정부 누리과정 지원금과 학부모 수익자 부담금 등 교비를 3년간 20억원가량 빼돌린 것으로 보고, 이를 모두 학부모에 환급 또는 유치원 및 교육청 회계로 회수·보전하도록 했다.

이 밖에 관련자들에 대한 경고, 징계 등도 수차례 요구했으나 B 유치원은 신분 및 재정 조치를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게 지역교육청 설명이다.

시흥의 C 유치원 역시 비슷한 이유로 10억여원 상당을 학부모에게 환급 및 교육청 회계로 보전하라는 처분을 받았으나, 3차례 걸친 교육청의 독촉에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도교육청은 감사 중이거나 고발된 유치원의 폐원 신청이나, 감사 결과 받은 처분을 이행하지 않은 유치원에 대해보다 강력한 대응을 하고 싶지만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도교육청 학교설립과 관계자는 "유아교육법에 사립유치원 폐원 절차만 규정되어 있어 폐원 기준은 교육부가 최근 정한 매뉴얼에 의존하는 실정"이라며 "매뉴얼상 '학부모 3분의 2 이상 동의 및 기존 원아 재배치'라는 조건만 충족하면 폐원 신청을 거부할 근거가 마땅치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치원 설립이나 폐원을 교육청이 '허가'하는 게 아니라 '인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교육청 감사관 관계자는 "올해 전수 감사 대상인 945개 사립유치원 대부분이 교육청 감사를 성실히 받고 감사 결과에 따른 조치 사항도 잘 따르고 있다"며 "하지만 일부 유치원이 이를 거부하고 조치 사항도 이행하지 않는 것인데 이를 강제할 법적 수단이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도교육청이 할 수 있는 행정조치인데 3차례에 걸친 독촉 이후 시정명령 등 행정처분에 들어가 원아 감축, 재정지원 중단, 폐쇄까지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공익적 이유로 섣불리 실행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 관계자는 "설립자 또는 운영자의 잘못으로 원아 수를 줄이거나 교사 지원금 등 재정지원을 줄이며 애꿎은 재원생, 교사들이 피해 볼 수 있다"라며 "교육청이 안고 있는 큰 딜레마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김주영 도교육청 대변인은 "사립유치원 폐원에 관한 교육감의 권한이 보다 강화되어야 하고 이른바 '유치원 3법'에 대한 여야 합의로 교육감이 보다 원활하게 사립유치원을 지도·감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young8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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