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 개시일에 경제보복 단행 日아베, 선거 후 행보는?
日여권 과반수 확보로 '승리' 예상 우세…보복 '속도조절' 가능성
개헌추진·정권 구심력 유지 위해 '한국 때리기' 카드는 안 버릴 듯
선거 패배 땐 여권에 역풍 가능성…'갈등 극대화'로 돌파 시도 우려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 조치가 참의원 선거를 겨냥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득표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선거 결과가 향후 양국 갈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의 규제강화 조치가 참의원 선거 고시일(선거운동 개시일)인 지난 4일 단행될 정도로 노골적으로 선거를 겨냥한 것인 만큼 선거 후 일본의 경제보복 공세가 다소 수그러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그러나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아베 정권이 향후 개헌 드라이브를 걸고 정국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수우익 결집에 효과적인 것으로 여겨져 온 '한국 때리기' 카드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17일 일본 언론들의 판세 분석에 따르면 자민당과 공명당 연립여당은 21일 참의원 선거에서 무난히 과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국회의 상원인 참의원 의원의 임기는 6년이며, 선거는 3년에 한 번씩 절반 의석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여권은 선거의 승패 기준으로 선거 대상 의석의 절반 혹은 전체 참의원 의석의 절반을 내걸고 있는데, 두 기준 모두 여권의 과반 확보가 유력하다.
선거의 승패를 가늠하는 또 다른 기준은 여권 의석에 보수 야당인 '일본 유신의 회'와 개헌에 우호적인 무소속 의원들을 합한 '개헌 세력'의 의석수가 전체 의석의 3분의 2 이상인 개헌안 발의선을 확보할지에 있다.
일본 언론들이 개헌 세력이 개헌안 발의선에 조금 못 미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는 가운데, 개헌 세력의 승리 여부는 유권자의 절반에 육박하는 무당파의 향배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참의원 선거가 일본언론의 예상대로 여권에 유리한 결과로 끝날 경우, 선거 후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보복 조치에서 숨 고르기에 나설 가능성은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대한(對韓) 경제보복 조치 단행 후 일본 정부는 이런 조치가 일본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며 '자유무역 수호'라는 일본의 기조에도 반한다는 비판을 자국 내에서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정권이 선거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지난 4일 단행한 첫 보복조치를 통해 한국 경제에 충격을 주고 문재인 정부에 '경종'을 울렸다고 자평하면서 2차 보복에 대해서는 한결 신중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다만 선거 결과가 어떤 식으로 나오든 아베 총리가 이후에도 한국과의 갈등 상황을 유지해가며 국내 정치에 이용할 가능성은 커 보인다.
아베 총리는 2021년 9월까지 자민당 총재 임기를 확보해 같은 시점까지 총리직을 유지할 수 있지만, 현행 규정으로는 추가적인 총재 연임이 불가능해 집권 3기 임기의 후반으로 갈수록 정권의 구심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다.
아울러 아베 정권 입장에서는 개헌 세력이 개헌 발의선을 확보하더라도 개헌 실행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보수층을 계속 결집해야 한다.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가 이르면 올해 연말 열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데, 총선에서 개헌 열망이 강한 보수층을 계속 '아군'으로 유지하기 위해 한국에 대해 추가적인 보복 조치를 발동할 가능성도 크다.
가능성이 극히 작지만 만약 여권이 참의원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아베 정권은 대한 경제보복 조치 카드를 계속 사용할지 버려야 할지 갈림길에 설 것으로 예상된다.
보복 조치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적잖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과도한 '한국 때리기'에 대한 역풍이 정권의 위기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이 경우 아베 정권이 한국과의 갈등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위기 극복을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오쿠조노 히데키(奧園秀樹)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정치인들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아베 정권이 조직적으로 한국 관련 이슈를 선거에 이용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일본 정부가 한국이 태도를 바꿨다는 인식이 들 때까지 추가 조치를 멈추지 않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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