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목조르기' 백인 경관 결국 불기소…유족 강력 반발

입력 2019-07-17 11:08
흑인 '목조르기' 백인 경관 결국 불기소…유족 강력 반발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지난 2014년 흑인 용의자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목을 졸라 숨지게 한 미국의 백인 경찰에게 사실상 최종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미 법무부는 16일(현지시간) 담배 밀매 혐의로 에릭 가너(당시 43)를 체포하다가 '목 조르기'(chokehold)를 해 숨지게 한 대니얼 판탈레오 경관에게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고 AP, AFP통신 등이 이날 보도했다.

당시 1차 조사에 나섰던 뉴욕시 대배심은 가너가 앓고 있던 심장 질환과 천식 등의 질환이 죽음의 원인이 됐을 수 있다며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반발한 가너의 유가족은 법무부에 연방 차원의 재조사를 요구했으나, 이후 5년 만에 재차 불기소 결정이 난 것이다.

리처드 도너휴 브루클린 연방 검사는 판탈레오 경관이 법을 어겼거나, 가너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판탈레오 경관이 가너와 몸싸움을 벌이고 넘어지면서 7초간 목을 조르는 행위를 했지만, 이는 고의적인 행위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도너휴 검사는 "가너의 죽음은 끔찍한 비극"이었다면서도 "법무부 당국의 조사 결과 판탈레오 경관의 시민평등권 침해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시민평등권은 1964년 제정된 시민권법(Civil Rights Act)에 따라 인종·피부색·민족·출신국·종교·성별에 상관없이 개인의 육체와 정신을 보전하고 사상·표현·종교·이동의 자유 등을 누릴 수 있도록 한 권리다.

가너의 어머니인 그웬 카는 공소시효를 하루 남겨두고 나온 결정에 대해 "상처에 대한 모욕이자 분노"라면서 "5년간 싸워왔다. 더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당시 내 아들은 '숨을 쉴 수가 없다'고 11차례나 말했다"라며 "오늘은 우리가 숨 쉴 수 없다. 당국이 우릴 실망시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판탈레오 경관의 해임을 주장해 온 흑인 민권운동가 알 샤프턴은 "연방정부가 '정의의 여신'의 목을 졸랐다"고 비난했으며,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도 법무부의 판결에 실망감을 표했다.



지난 2014년 7월 뉴욕 거리에서 낱개 담배를 팔던 가너는 판탈레오 경관을 비롯한 4명의 경찰에게 체포당했다.

체포 과정이 찍힌 동영상에 따르면 단속에 걸린 가너의 뒤로 한 경찰관이 다가가 목을 감싸는 형태로 졸랐고, 천식 환자였던 가너는 도로에 넘어진 채 "숨을 쉴 수가 없다"고 호소했지만 결국 사망했다.

당시 뉴욕 경찰은 이 같은 목 조르기 기법을 금지하고 있어 가너의 죽음이 경찰의 과잉대응이라는 비난이 일었다.

이후 3개월간의 조사 끝에 뉴욕 대배심의 불기소 판결이 내려지자, 사건 현장을 비롯해 뉴욕 각지에서 수백명의 시민들이 흑인 인종 차별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키어스틴 질리브랜드 뉴욕주 상원의원은 "가너가 명백히 경찰 규정에 어긋나는 '목 조르기'를 당한 지 5년이나 지난 지금도, 영상에서 11번이나 '숨 쉴 수 없다'고 외친 후에도 그의 가족들은 여전히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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