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근의 병영톡톡] 軍, 연말께 병사 휴대전화 전면 허용할듯

입력 2019-07-17 07:00
[김귀근의 병영톡톡] 軍, 연말께 병사 휴대전화 전면 허용할듯

소수가 도박·유해사이트 접속…적발자 대부분 단순 사용수칙 위반

유해사이트 접속 적발 땐 14일 반납+벌점…'휴대전화 가이드라인'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병사 휴대전화 시범 사용 정책이 시행되면서 군 기강에 영향을 주지 않겠느냐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비록 일과 후에 사용하더라도 도박 등 유해 사이트에 접속해 군 기강을 어지럽힐 수 있다는 우려였다.

그러나 병사들은 자율과 통제를 적절하게 조화시키는 등 스스로 행동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국방부에 따르면 일과 후 병사 휴대전화 시범 사용 정책이 시행된 작년 4월부터 지난 3월 15일까지 군이 정한 규정대로 사용하지 않았다가 적발된 건수는 905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단순 사용수칙 위반이 707건으로 가장 많았고, 나머지는 영내 무단 반입 등이었다. 시범 사용이 허용되지 않는 부대에서는 개인 휴대전화를 영내로 반입하면 안 된다.

국방부는 "현재 시범 사용 기간에 군사비밀 유출 등 보안사고는 발생하지 않았고, 5월 기준으로 규정·지침 위반행위 발생 비율은 전체 사용 인원(36만여명) 대비 0.2%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병사 휴대전화 시범 사용 부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병사들의 군 생활 적응도가 높고, 사건·사고 비율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병영전문상담관을 찾아가 군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병사들의 수가 작년보다 월평균 13% 감소하고, 국방 헬프콜에 도움을 요청하는 건수도 올해 들어 줄고 있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지난 3월 28일부터 4월 26일까지 병사 4천671명과 간부 2천236명 등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휴대전화 사용이 병사들의 군 생활 적응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많았다. 10명 중 8명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 설문의 결과였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보안사고 등을 우려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던 간부들도 찬성으로 돌아서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우려와는 달리 사용 시간과 장소 등 사용 수칙 위반 외 휴대전화를 이용한 악성 사례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시범 운영 부대에서는 평일 일과 후인 오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휴무일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경계 근무 등 부대별 임무와 여건을 고려해 지휘관의 판단으로 부대 또는 개인별 사용 시간은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소수지만 일부 일탈 행위가 적발되자 국방부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육군의 한 부대에서는 입대 전부터 인터넷 도박 사이트에 자주 접속했던 병사가 입대 후에도 이 사이트를 이용하다 적발됐다. 지난달 전역한 이 병사는 대부분 휴가를 나가 도박사이트에 접속했고, 전역 전 두 달 간은 생활관 일대에서 200여만원을 베팅한 것으로 조사됐다.

군은 경찰에 이 사건을 이첩했다. 군 생활 중 인터넷 도박을 하면 징계를 받게 되는데, 특히 말년 병장 때 적발되면 전역 후 경찰 수사를 받는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최근 병사 4명이 인터넷 도박으로 적발됐다"면서 "이들은 대부분 입대 전부터 불법 사이버 도박을 해왔으며, 이런 사례를 휴대전화 사용의 부작용으로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앞으로 인터넷 도박과 휴대전화 과다 의존 등의 부작용을 막고자 방송통신위원회, 도박문제관리센터, 한국정보화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 등과 협업으로 교육을 강화하는 등 유해사이트 차단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영내에서 휴대전화 카메라를 찍지 못하게 하고 유해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등의 기능이 있는 보안 앱을 개발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휴대전화 시범 운영 기간을 더 연장해서 연말쯤에 전면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방부는 지난 1월 야전부대에 배포한 '병 휴대전화 사용 가이드라인'의 철저한 준수와 교육을 지휘관들에게 당부하고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휴대전화 기본사용 수칙과 유의사항, 위반 시 재재 기준 등을 담고 있다. 카카오톡 등 SNS 단체 소통방에서 따돌림 행위 금지, 온라인 게임 동참 강요 금지, 휴대전화로 업무지시 행위 금지, 군사정보 유출 금지 등이 핵심 내용이다.

이 가이드라인은 보안 미준수, 명예훼손, 따돌림 강요 등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형사 처벌 또는 징계처분을 할 수 있도록 했고, 이 경우 휴대전화는 회수하도록 했다.

단, 개인 위반 행위에 대해 부대 단위로 벌칙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 장성급 지휘관은 위반자에 대해 '공적제재(벌칙)'을 먼저 주고, 징계할지 여부는 나중에 검토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공적제재는 군사보호구역 임의 촬영의 경우 휴대전화 14일간 반납, 타인 휴대전화 무단사용은 14일간 반납, 도박 등 유해사이트 정보 제공 또는 접속은 14일간 반납, 통신 데이터(선물) 제공 요구는 14일간 반납, 온라인게임 동참 강요는 7일간 반납 등이다. 휴대전화 반납과 함께 매 적발 시 벌점도 주어진다. 벌점은 적발 횟수에 따라 가중된다.

국방부는 휴대전화 사용과 관련해 ▲ 신종 병영부조리가 싹트지 않도록 합시다 ▲ 휴대전화 노예가 되지 맙시다 ▲ 군복 입은 민주시민의 멋진 모습을 유지합시다 등 3대 슬로건을 내세웠다.

three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