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 피부조직 재생 치료, 가능할 수도"
미 존스홉킨스대 연구진, 피부 재생 dsRNA 발견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실제의 나이보다 젊어 보이기 위해 안면 레이저 등 피부 시술을 받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시술이 어떻게 피부 건강을 개선하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레이저 시술이나 레티노산(비타인A의 일종) 성분이 피부에 작용할 때 공통으로 거치는 분자 경로와 피부 재생에 관여하는 dsRNA(이중 가닥 RNA)를 미국의 과학자들이 발견했다.
피부 세포가 dsRNA를 감지하는 이 경로는, 심하게 손상된 생쥐의 피부에 모낭이 다시 생길 때 나타나는 경로와 일치해 주목된다.
이 분자 경로와 dsRNA의 상호작용을 더 연구하면, 현재 의술로는 어려운 화상(火傷) 피부의 재생 치료도 일부 가능해질 것으로 과학자들은 기대한다.
이번 연구는 미국 존스 홉킨스대 의대의 루이스 가르사 피부학과 교수팀이 수행했고, 보고서는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최근호에 실렸다.
15일(현지시간) 온라인(링크)에 공개된 연구 개요에 따르면 생쥐의 모낭은 깊은 상처를 입은 후에도 재생한다. 이런 사실은 의학계에 익히 알려진 것이다.
최근 들어 생쥐의 모낭 세포 재생을, 느슨한 결합의 dsRNA가 자극한다는 게 가르사 교수팀과 다른 연구팀에 의해 밝혀졌다. 그 과정에서 상처 부위의 손상된 세포들로부터 dsRNA가 나오기 때문이라는 가설이 제기됐다.
가르사 교수팀은 레이저, 현미침 등을 이용한 '동안(童顔) 시술'에서 dsRNA가 어떤 작용을 하는지 주목했다. 이들 시술은 공통으로 피부 세포의 일시적인 손상을 수반한다.
연구팀은 얼굴 주름과 주근깨를 제거하는 레이저 시술을 받기 위해 존스 홉킨스 의대 부속병원을 찾은 백인 여성 환자 17명(평균 55세)의 세포 샘플을. 각각 시술 전과 1주일 후에 채취했다.
각 샘플의 유전자 발현 도를 검사한 결과, 피부의 레티노산 생성과 연관된 유전자뿐 아니라, dsRNA의 감지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발현 도가 레이저 시술 이후 함께 상승했다.
이어 인간의 피부 세포를, 느슨한 결합의 dsRNA로 처리해 레이저 시술을 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연출했더니 세포 내 레티놀산 함유량이 10배 이상 증가했다.
가르사 교수는 "실제로 레이저 시술과 레티놀산은 동일한 분자 경로를 통해 작용했다"면서 "그런데 지금까지 이런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고 토로했다.
연구팀이 재검증 차원에서 실험한 건 TLR-3(toll-like receptor 3)이라는 단백질이다. 이 수용체가 인간과 생쥐의 체내에서 dsRNA에 반응한다는 걸 과학자들은 알고 있었다.
유전자를 조작해 TLR-3를 제거한 생쥐는 상처로 손상된 모낭을 재생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들 생쥐에게 레티놀산을 주입하자 다시 모낭 재생능력이 살아났다.
이는 피부 손상으로 dsRNA가 발현하면 TLR-3 수용체가 활성화되고 레티놀산이 생성된다는 걸 의미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얼굴 주름 개선이나 주근깨 제거를 넘어서, 화상으로 손상된 피부 조직을 재생하는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연구팀은 말한다.
가르사 교수는 "현재 의술로는 화상 환자의 모낭과 땀샘 같은 조직을 재생하지 못한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는, dsRNA가 화상 흉터를 개선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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