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세계수영] 아프리카 15세 소년의 아름다운 완주…눈물바다 된 여수바다

입력 2019-07-16 12:36
수정 2019-07-16 15:21
[광주세계수영] 아프리카 15세 소년의 아름다운 완주…눈물바다 된 여수바다

세이셸 제도 오픈워터 국가대표 알아인, 남자 10㎞ 완주

시간 초과 최하위에도 박수갈채…지켜보던 부모님 눈물 뚝뚝



(여수=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오픈워터(수영마라톤) 남자 10㎞ 경기가 열린 16일 오전 여수 앞바다.

아프리카의 작은 섬나라, 세이셸제도에서 온 대회 오픈워터 최연소 선수 알아인 비돗(15)군은 힘겹게 두 팔을 저으며 결승선을 향해 움직였다.

수영모는 거친 바닷물에 휩쓸려 벗겨져 있었고, 알아인은 힘에 부친 탓인지 투박하게 팔을 놀렸다.

주변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보트 4정이 뒤따라갔다.

소년은 포기하지 않았다. 74명의 출전 선수 중 73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한 크리스토퍼 라우자(크로아티아)가 경기를 마친 뒤에도 10여분이 더 지났지만, 그는 끝까지 팔을 내저었다.

고독한 자신과 싸움이었다. 그는 마지막까지 손을 뻗어 마침내 결승선 터치패드에 손을 댔다.

경기장은 눈물바다로 변했다. 관중석에 앉아있던 한국 관중들은 모두 일어나 앳된 소년을 향해 박수갈채를 보냈다.

자원봉사자, 경기 스태프들도 한마음이었다. 경기장에 남아있던 몇몇 선수들도 그를 향해 환호했다.



전광판에 뜬 공식기록은 제한 시간 초과(OTL·Outside Time Limit).

1위와 30분 이상 차이 나면 시간 초과로 실격 판정을 받는다. 그러나 알아인에게 기록은 중요하지 않았다.

수건을 덮고 가쁜 숨을 몰아쉬던 알아인은 가장 먼저 부모님을 찾았다.

그는 어머니의 품에 안겨 또르르 눈물을 흘렸다.

세이셸제도 수영연맹 회장인 아버지 데이비드 비돗 씨도 선글라스 뒤로 흐르는 눈물을 닦아낸 뒤 아들을 따뜻하게 안았다.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알아인은 "경기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수영하는 내내 나를 지켜보고 있는 부모님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주일 전 훈련을 하다가 오른쪽 발목을 다쳐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진 못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내가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난 아직 어리다"며 "도전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버지 데이비드 씨는 인터뷰 요청에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그는 "내 생애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라며 "우리 아들에게 박수를 보내주시고 격려해주신 한국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의 기억을 평생 간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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