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롤터 억류 이란 유조선, 이스라엘이 석방 저지 나서

입력 2019-07-16 10:23
지브롤터 억류 이란 유조선, 이스라엘이 석방 저지 나서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영국 정부가 영국령 지브롤터에서 억류된 이란 유조선 '그레이스 1'의 석방을 모색 중인 가운데 이스라엘 측이 민간단체를 앞세워 유조선의 석방 저지 운동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이스라엘 법률구호단체인 '슈랏 하딘(Shurat HaDin, 이스라엘 법률센터)은 이란 유조선이 억류 중인 지브롤터 대법원에 유조선과 선적화물에 대한 압류 가처분 신청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유조선과 화물인 원유를 처분해 이란이 후원한 테러 희생자들에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슈랏 하딘은 테러 희생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법률 지원을 제공하는 비정부 단체나 이스라엘 첩보기관인 모사드와 정기 접촉을 갖는 등 연계돼 있다.

앞서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은 그레이스 1호가 시리아로 가지 않는다는 확약이 있을 경우 유조선이 풀려나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으나 이스라엘 측의 소송제기로 유조선을 조기 석방해 이란과의 긴장 관계를 해소하려던 영국 정부의 방침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고 더타임스는 지적했다.

슈랏 하딘은 앞서 외국주권면책특권법(Foreign Sovereign Immunities Act,FSIA)을 내세워 미국 법원을 상대로 유사한 소송을 제기해 일련의 승소 판결을 얻어낸 전력이 있다.

이란이 후원하는 이슬람 무장 정파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에 의해 희생된 이스라엘계 미국인에 대한 수백만 달러의 배상 판결을 얻어낸 것으로 그러나 실제 이란 자산 압류를 통한 배상은 아직 소액에 그치고 있다.

미국 법원의 판결은 미국 외 지역에서 자동으로 적용되지는 않으나 참고용으로 제기할 수 있다.

이 단체는 또 지브롤터 법원에 유조선의 내항 능력을 확인하기 위한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유조선을 억류할 것을 요청했다. 모사드로부터 정기 브리핑을 받는 이 단체는 유조선이 항해에 적합하지 않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단체의 다르샨 라이트너 회장은 "지브롤터의 그레이스 1은 이란 자산을 압류해 희생자들에 배상할 드문 기회"라고 주장하면서 유럽국들의 협력을 촉구했다.

그레이스 1호는 앞서 지브롤터 해협을 통과하다 영국 해군에 의해 나포됐으며 영국은 유조선이 유럽연합(EU) 제재를 위반해 시리아로 원유를 운반 중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브롤터에 인접한 스페인은 유조선 억류가 미국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이란은 유조선 억류에 대한 보복으로 중동 해역을 지나는 영국 선박들이 목표물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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