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말싸미' 송강호 "슬픔 딛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남았으면"
박해일 "故 전미선의 마지막 작품 함께 해서 영광"
영화사 두둥 오승현 대표 "'나랏말싸미'는 순수 창작물"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영화를 보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착잡함을 느꼈습니다. 영화가 슬픔을 딛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송강호)
"(전미선) 선배님의 마지막 작품을 함께 해서 영광입니다. 보는 분들도 이 작품을 따뜻한 온기로 품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박해일)
영화 '나랏말싸미'의 배우와 관객들이 지난달 세상을 떠난 배우 고(故) 전미선에 대해 그리움을 표현했다.
15일 서울 강남구의 한 영화관에서 '나랏말싸미' 언론시사회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송강호는 "너무나 안타깝고 슬프다. 감독,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이 슬픔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힘들게 말을 꺼냈다.
박해일도 "촬영할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그게 얼마 되지 않았는데, (고 전미선이)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두 배우는 이날 검은 넥타이를 매고 행사에 참석했다.
'나랏말싸미'는 문자와 지식을 권력으로 독점한 조선 시대, 모든 신하의 반대를 무릅쓰고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의 마지막 8년을 그리는 영화다. 세종과 스님 신미가 함께 한글을 만들었다는 창제설을 소재로 했다. 송강호가 세종, 박해일이 신미 스님, 전미선이 소헌왕후를 연기했다.
조철현 감독은 영화 속에서 세종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소헌왕후의 천도재를 지내는 장면을 언급하며 "해당 장면을 찍을 때 전미선 씨는 그 자리에 없었다. 음악을 틀고 촬영했는데 궁녀 역할 하는 분들이 많이 우셨다. 천도재 장면에서 부른 '월인천강지곡은 세종이 직접 지었다는 책을 참고로 작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힘들다"고 전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송강호는 "천도재 장면을 찍은 날이 저희 아버님이 돌아가신 날이었다"며 "의도치는 않았지만 슬픈 운명 같다"고 심경을 표현했다.
영화에서는 한글 창제 과정에서의 세종의 인간적인 고뇌, 신미와의 갈등, 그리고 이 둘을 이어주는 대장부 같은 소헌왕후의 모습 등이 다뤄진다.
송강호는 세종대왕을 연기한 데 대해 "가장 많이 알려진 위대한 업적을 남기신 성군이다"며 "우리 스스로가 머리에 그리고 있는 (세종대왕의) 모습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모습을 배우로서 창의적이고 새롭게 파괴하려 했다"며 "훈민정음을 만드는 과정에서 느낀 군주로서의 외로움에 초점을 맞춘 것은 처음일 것 같다. 연기할 때도 초점을 거기에 맞췄다"고 설명했다.
신미 스님은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인물이다. 박해일은 "신미 스님이 다른 스님들과 다른 부분은 언어에 능통하다는 것이다. 인도학과 교수님에게 산스크리트어를 배웠다"며 "영화의 시대가 불교를 억압했던 시대이기 때문에 가장 신분이 높은 세종대왕과 만날 때 태도를 어떻게 해야 될지 많이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소헌왕후를 연기한 전미선은 자신이 직접 대사를 만들어 넣기도 했다.
조철현 감독은 "도저히 만들 수 없는 대사가 있었다. 소헌왕후가 세종에게 처음으로 일침을 놓는 대사다"며 "'백성들은 더 이상 당신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라는 대사는 전미선 배우가 직접 만들었다. 이 땅의 모든 지도자에게 할 수 있는 대사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나랏말싸미'는 개봉을 앞두고 송사에 휘말리기도 했다. 한 출판사가 "원작자에 대한 동의 없이 영화를 제작했다"며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한 것이다. 영화사와 감독은 합의를 거부하고 법원의 판단을 받기로 했다.
이 영화 제작사인 영화사 두둥의 오승현 대표는 기자간담회 직전 "영화 개봉하면 곧 모든 분이 알게 되겠지만, 원작이 아닌 순수 창작물이다"며 "합의를 하지 않고 법원을 판단을 오히려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오 대표는 또 "전미선님의 비보를 접하고 고인을 진심으로 애도하는 마음이 먼저라고 생각했다"며 "영화 개봉을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고인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이 영화를 많은 분이 함께 보고 최고의 배우로 기억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해서 개봉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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