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 중심에 선 '쿠바 여신'…SNS서 지지 확산

입력 2019-07-15 16:35
미투 운동 중심에 선 '쿠바 여신'…SNS서 지지 확산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쿠바의 한 유명 여가수가 과거 자신이 속했던 밴드의 남성 멤버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폭로하면서 쿠바 내 '미투'(Metoo) 운동에 불을 지폈다고 AP통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쿠바 여신'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가수 디아넬리스 알폰소(38)는 지난달 한 인터넷 방송을 통해 자신이 'NG 라 반다' 보컬로 활동할 당시 밴드의 리더이자 유명 플루트 연주자였던 호세 루이스 코르테스(67)로부터 지속해서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밝혔다.

알폰소는 코르테스가 그와 연인 사이였을 때부터 헤어진 이후에도 장소를 가리지 않고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으며, 성폭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학대는 자신이 지난 2009년 이탈리아 투어 공연 중 밴드를 탈퇴하고 이후 5년간 쿠바로 돌아가지 않고 나서야 멈췄다고 밝혔다.

많은 쿠바인은 알폰소의 용기 있는 고백을 지지하고 나섰다.

'여성 폭력'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가 드물었던 쿠바에서 알폰소가 처음으로 포문을 열었다는 것이다.

세계 각지의 쿠바인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폰소에게 '당신을 믿어요, 여신'(IBelieveYouGoddess), '미투인쿠바'(MeTooInCuba),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YouAreNotAlone)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메시지를 보냈다.

쿠바의 예술가와 지식인 500여명은 '나는 당신을 믿는다'(I Believe You)라는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규탄하며, 알폰소를 지지한다는 공개서한에 서명하기도 했다.

반면 알폰소가 거짓말로 코르테스의 평판을 깎아내려 유명세를 얻으려 한다는 비난의 메시지도 쇄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폰소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온라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진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내게 닥친 모든 것들을 이겨내기 위해 전문적인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알폰소의 변호인 데이니 테리는 "많은 희생자가 자신이 겪은 일을 말하기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린다"며 "시대에 뒤떨어진 쿠바의 법 때문에 처벌은 더더욱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테리는 온라인에서 알폰소를 지지하는 이들의 움직임을 두고 "사람들이 좀 더 위험을 무릅쓰며, 나서서 말하고, 금기시되던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면서 이는 쿠바 사회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인터넷 보급률이 세계 최저 수준인 쿠바에서는 지난해 12월 휴대전화 인터넷 서비스가 전면 시행되면서 여성 인권을 비롯, 성 소수자 인권이나 동물권을 논의하는 사회운동이 시작되고 있다.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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