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세안 협력 30년] ①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비약적 발전'

입력 2019-07-15 11:39
[한-아세안 협력 30년] ①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비약적 발전'

아세안, 한국 제2위 교역·투자·건설 파트너 제1위 방문지로 부상

"문재인 정부 신남방정책, 국가 정책으로 일관성·지속적 추진해야"



[※ 편집자 주 =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 소속 10개국이다. 이들 나라와 한국은 30년 전 대화 관계를 수립하고 상호 비약적인 발전을 해왔다. 차세대들도 서로 교류하며 동반성장을 꿈꾸도록 한-아세안센터는 ASEAN과 한국, 중국, 일본 청년들이 한데 어울리는 자리인 '청년 네트워크 워크숍'을 매년 마련하고 있다. 올해는 서울과 싱가포르에서 '스마트시티 건설'을 주제로 열린다. 한국과 아세안 협력 30년간 무엇이 달라졌고, 왜 협력해야 하는지 전문가들로부터 의견을 듣고, 싱가포르 스마트시티 현장을 돌아보면서 청년들의 생각도 들어본다.]



(싱가포르=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15일 오전 싱가포르 난양공대에서는 '2019 한-아세안 청년 네트워크 워크숍' 개회식이 열렸다. 행사에는 한국과 아세안 10개국, 중국과 일본의 대학(원)생 80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17일까지 '지속가능한 스마트시티'를 주제로 강의를 듣고, 현장을 방문하며 모의 정책제안서를 작성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올해 7회째를 맞는 이 워크숍은 청년들이 글로벌 이슈에 서로 공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동시에 사회적 역량을 키워 궁극적으로는 아세안 차세대 리더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취지에서 한-아세안센터(사무총장 이혁)가 마련했다.

이 센터는 지난 2009년 한국과 아세안 10개국이 경제, 사회, 문화 분야의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출범시킨 국제기구다.

중국과 인도에 이어 인구 6억 4천700만명에 달하는 아세안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간파한 한국은 이 센터를 주도적으로 창설한 것은 물론 30년 전 아세안과 대화 관계를 수립하고 교류를 이어왔다. 그간 무엇이 달라졌을까.



◇서울올림픽 이후 아세안, 한국 인정…'전략적 동반자 관계'

1980년대 초반 아세안은 한국을 인정하지 않았다. 아직 개발도상국에 불과한데 누구를 돕느냐는 정서와 자칫 남북 경쟁에서 어느 한쪽 편을 들면 난감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세안은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경제발전을 이룩한 한국을 지켜보면서 마음을 바꾸기 시작했다. 1989년 전례가 없는 '부분 대화 상대국' 제도를 신설해 한국을 인정했다.

2년 뒤 아세안은 한국을 '완전 대화 상대국'으로 격상시켰고, 문재인 정부 출범까지 30년간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거쳐 최고 단계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업그레이드했다.

아세안은 한국과 이런 관계 속에서 수출과 외국인 투자 유치를 통해 높은 경제성장을 달성, 세계 6위의 경제 대국으로 등극했다. 올해 아세안 국민총생산(GDP)은 3조 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 같은 성장은 한국에도 직접적이고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2017년 기준 아세안은 한국 제2위 교역·투자·건설 파트너이자 제1위 방문 지역으로 떠올랐다.

또 8천개 이상의 한국기업이 아세안에 진출하고, 30만 명 이상의 한국인이 아세안 사회의 중요한 공동체 일원이 됐다.

지난해 한국의 대(對) 아세안 무역액은 1천600억 달러였고, 앞으로 한-말레이시아, 한-필리핀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체결되면 한-아세안 무역은 더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한국의 아세안 투자액은 전년 대비 17% 이상 증가한 61억 3천600만 달러였다. 같은 기간 한국의 미국 투자액은 전년 대비 29% 떨어진 1조8천9만 달러였고, 중국 투자액은 47억6천6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아세안 방문객은 246만명이고, 아세안을 방문한 한국 관광객은 898만명이었다. 1천144만명이 상호 방문한 것이다.

이혁 사무총장은 "한-아세안 대화 관계 수립 30년은 한마디로 '비약적 발전'으로 요약할 수 있다"며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외교 정책인 신남방 외교를 본격 이행하는 첫 다자 정상회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세안이 비회원국에 주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인 한국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아세안과의 협력을 4강 수준으로 격상하겠다고 천명했다.



◇세계 3대 경제대국 될 아세안…"일관성·종합성·구체성" 필요

이런 추세라면 2030년께는 단일 생산기지, 단일 소비시장이 돼 국경 간 상품, 서비스, 자본, 투자, 숙련노동자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국경 없는 하나의 경제체제가 될 것이라고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전망한다.

또 2050년에는 3대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경제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이슈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물론 문화적으로도 아세안과 동남아 문화에 대해 자부심이 충만할 것이라는 예상도 사실처럼 다가온다.

이런 아세안의 미래에 발맞추려면 한국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전문가들은 '일관성', '종합성', '구체성'을 제시한다.

한국이 정권 교체 때마다 세계화·동아시아·동북아 등 협력의 범위를 계속 확대 내지 축소해 왔고, 아세안은 늘 그 범위에 있었다는 것이다. 또 북한 핵 문제, 경제 등 협력의 일부만이 아니라 정치, 안보, 경제, 사회·문화 등 포괄적으로 접근해야 하고, 장기 비전이나 막연한 사업보다는 꼭 필요한 분야에서 구체적인 사업을 추진하라는 주문이다.

서정인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 준비기획단장은 ▲한반도 평화체제의 지속성 확보를 위해 아세안의 건설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정치·안보 분야) ▲모바일,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디지털 서비스의 표준화를 위한 '한·아세안 디지털 서비스 표준화 센터' 신설(경제 분야) ▲청소년 미래 세대들이 한·아세안 간 동남아와 동북아 구분을 넘어 동아시아라는 큰 틀에서 준공동체 의식을 함양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조치들을 도입해야 한다는 등의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김영선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방문학자는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아세안과의 관계를 우리 외교의 핵심과제로 자리매김한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은 시의적절하고 반드시 실현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하면서 "신남방정책은 한 정부의 정책으로 그쳐선 안 되고 국가의 정책으로서 일관성과 지속성을 갖고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아세안 관계는 역시 '사람 중심'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서로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상호존중 하에 우리의 이웃이자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공동 운명체로 인식될 때 진정하고 지속적인 파트너십이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2019 아세안 위크 행사 하이라이트 장면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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