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데어라이엔 차기 EU 집행위원장, 16일 인준투표 통과할까

입력 2019-07-14 21:41
폰데어라이엔 차기 EU 집행위원장, 16일 인준투표 통과할까

첫 여성위원장 강점 불구 유럽의회 내 '부정적 기류' 팽배

압도적 다수 지지받지 못하면 EU 집행위 권력 약화할 듯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차기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후보에 대한 유럽의회의 인준투표가 오는 16일 실시될 예정인 가운데 인준투표 통과 여부가 주목된다.

유럽의회는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본회의를 열고 비밀투표로 폰데어라이엔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에 대한 인준 여부를 결정한다.

폰데어라이엔 후보는 인준투표에서 유럽의회 의원 가운데 절반 이 넘는 의원으로부터 찬성표를 받으면 장클로드 융커 현 집행위원장의 뒤를 이어 EU 최고위직에 오르게 된다.

특히 그는 EU 역사상 첫 여성 집행위원장에 취임하는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다.

원래 유럽의회 의원정수는 751명이나 스페인 카탈루냐 출신 의원 3명이 아직 취임하지 못해 현재 유럽의원 수는 748명이다.

이에 따라 폰데어라이엔 후보는 최소한 찬성 375표를 얻어야 한다.

앞서 폰데어라이엔 후보는 지난 2일 집행위원장 추천권을 가진 EU 회원국 정상들로부터 압도적 지지(EU 회원국 인구 65% 이상 차지하는 21개국 이상의 찬성)를 받아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가 됐다.

유럽의회 제1당인 유럽국민당(EPP, 182석) 소속인 폰데어라이엔 후보는 EPP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여기에다가 제2당인 사회당(S&D,154석) 그룹, 제3당인 '리뉴유럽'그룹(108석)이 사실상 EPP와 연립정부 형태로 차기 EU 지도부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에서 일단 폰데어라이엔 후보에 대해 우호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3개 정치그룹의 의석을 합치면 444석으로 절반을 훨씬 넘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유럽의회 인준투표를 무난히 통과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려운 상태다.



유럽의회는 그동안 유럽의회 내 각 정치그룹에서 집행위원장 후보로 뽑아 유럽의회 선거를 책임지고 치른 이른바 '슈피첸칸다다트' 중에서 집행위원장을 선출하기를 희망해왔다.

융커 현 위원장은 지난 2014년 이 제도를 통해 처음으로 집행위원장에 선출됐다.

그러나 이번에 EU 회원국 정상들은 유럽의회 각 정치그룹이 슈피첸칸디다트로 선출한 후보들을 모두 낙마시키고 후보 명단에도 없었던 폰데어라이엔 독일 국방장관을 후보로 추천했다.

이에 대해 유럽의회 내에선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S&D 그룹은 프란스 티머만스 슈피첸칸디다트가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로 거의 의견접근을 봤다가 이탈리아와 중부유럽 국가들의 반대로 낙마하고 대타로 폰데어라이엔이 낙점된 데 대해 반발기류가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폰데어라이엔도 이런 유럽의회 내 기류를 파악해 집행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이후부터 유럽의회 설득에 공을 들여왔다.

그는 지난 3일 곧바로 유럽의회를 방문한 데 이어 지난주 내내 유럽의회 각 정치그룹과 개별적인 간담회를 열고 지지를 호소했다.

특히 그는 유럽의회 간담회에서 집행위원장이 되면 슈피첸칸디다트가 집행위원장 후보가 되는 '슈피첸칸디다텐' 제도를 복원해 유럽의회의 권한을 강화하도록 돕겠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또 EU의 중심 가치인 법치를 확고히 하고 기후변화와 EU 회원국 간 국방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EPP를 제외하고는 폰데어라이엔 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식 표명한 정치그룹은 없어 폰데어라이엔 후보 측을 긴장시키고 있다.

S&D 그룹과 '리뉴유럽'은 인준투표 직전에야 당의 입장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4당인 녹색당 그룹(74석)은 이미 폰데어라이엔 후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고, 좌파인 GUE/NGL그룹(41석)도 폰데어라이엔 후보에 반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탈리아의 '동맹', 프랑스의 '국민연합'(NR),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 등이 속한 극우정당 그룹인 '정체성과 민주주의(ID)'도 폰데어라이엔 후보에 반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다만 폰데어라이엔 후보는 최초의 여성 집행위원장 후보라는 점이 득표에 큰 힘이 되고 있어 과반 찬성표 확보가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고, '리뉴유럽' 소속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제일 처음 추천한 후보라는 점도 득표전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영국의 EU 탈퇴 등 EU에서 원심력이 커지는 상황에 폰데어라이엔 후보가 유럽의회에서 차기 EU 집행위원장으로 선출되더라도 많은 표를 얻지 못하면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의 힘이 크게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2014년의 경우 융커 위원장은 전체 유럽의원 751명 가운데 422명의 찬성을 받아 선출됐다.

한편, 유럽의회가 폰데어라이엔 후보에 대한 인준투표를 부결하면 EU 정상회의는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를 다시 추천해야 하며 이럴 경우 차기 집행위원장 인선이 9월에나 가능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차기 집행위원장은 오는 11월 1일 취임할 예정이다.



bings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