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워싱턴주 이민자 구금시설 공격한 남성, 경찰에 사살(종합)
69세 남성, 건물 방화 시도…작년에도 이곳서 시위하다 체포돼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권혜진 기자 = 미국 워싱턴주(州)에 있는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을 공격하려던 한 60대 남성이 경찰 총에 맞아 숨졌다고 AP통신과 폭스뉴스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공교롭게도 이 사건은 ICE가 대대적인 불법 이민자 단속을 실시하기 하루 전에 일어나 관심이 쏠린다.
보도에 따르면 배션섬에 거주하는 빌럼 반 스프론슨(69)으로 알려진 이 남성은 이날 새벽 타코마에 ICE 구금센터에 소총으로 무장한 채 나타났다.
그는 구금센터와 인근의 프로판 가스 탱크에 방화 장치들을 투척했고, 차량에 불도 질렀다.
타코마경찰서 경찰관들은 오전 4시께 출동해 경고한 뒤 발포했고, 반 스프론슨은 이후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그는 소총 외에 가방과 조명탄을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얼마나 총을 쐈는지, 그리고 반 스프론슨도 경찰에 사격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경찰은 그가 구금시설에 불을 지르려고 커다란 프로판 가스 탱크에 불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반 스프론슨을 향해 발포한 경찰관들이 바디캠을 장착하고 있지는 않았으나 사고 현장에는 감시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날 사건은 이 구금시설 앞에서 대규모 불법 이민자 단속에 항의하는 집회가 평화롭게 열린 지 몇 시간 뒤 발생해 범행 동기에 관심이 집중된다.
미 국토안보부와 계약을 맺은 사설 업체가 운영하는 이 구금센터는 추방 절차를 기다리는 이민자들을 수용하는 시설이다. 이곳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불법 이민 '무관용 정책'에 따라 자녀들과 격리된 이민자 부모들도 수용돼 있다.
이날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지속 중인 가운데 자신을 반 스프론슨의 친구라고 밝힌 한 여성은 그가 무정부주의자이자 반파시스트였다며, 그가 이번 일을 통해 '치명적인 충돌'(fatal conflict)을 초래하려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반 스프론슨과 20년 지기라는 이 여성은 시애틀타임스와 인터뷰에서 "그는 정치적 신념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며 "죽을 것을 알고 그곳에 갔다고 본다. 자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자신과 다른 친구들이 받은 편지에 '작별인사 하려고'라는 문장이 있었으며 '선언서'라고 볼 수 있는 내용이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반 스프론슨은 작년에도 이 구금시설 앞에서 집회 도중 경찰관을 공격하려다 기소됐다. 당시 법원 서류를 보면 그는 17세 시위 참가자를 연행하려는 경찰관에게 달려들어 목과 어깨를 졸랐으며 접이식 곤봉과 칼을 소지하고 있었다.
그는 공무집행 방해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으나 지난해 10월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이날 현장에 투입됐던 경찰관 4명은 경찰서 방침에 따라 모두 유급 휴직에 들어갔다고 AP는 전했다. 이들 중 다친 사람은 없었다.
이 구금센터를 운영하는 GEO 그룹은 사건 뒤 성명을 내고 구금자들이 어떤 처우를 받고 있는지에 대한 근거 없는 주장이 "잘못된 공격으로 이어졌고 우리 직원들에게 위험한 환경을 조장했다"고 밝혔다.
경찰과 당국은 사건 현장을 검증하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sisyphe@yna.co.kr luc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