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이민자 단속 앞두고 美전역 항의시위…이민자 사회 '술렁'

입력 2019-07-14 07:20
불법이민자 단속 앞두고 美전역 항의시위…이민자 사회 '술렁'

허리케인 피해지역선 단속 유예…일부 주·도시는 이민자 지원 나서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일요일인 14일(현지시간)부터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대대적인 불법 이민자 단속이 예고된 가운데 주말을 맞은 미국 곳곳에서는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고 CBS·ABC 방송 등이 13일 보도했다.

표적이 된 이민자 사회는 두려움에 동요하는 가운데 일부 지방정부와 인권단체들은 긴급전화를 운영하며 이민자들에 대한 법률적 지원 등에 나섰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2일 "이민 당국이 주말인 일요일부터 전국 10개 도시에서 불법 이민자들을 찾아내 그들의 나라로 돌려보낼 것"이라며 단속을 예고했다.

그러나 이번 단속과 관련해 많은 부분이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LA타임스는 지적했다. 얼마나 많은 이민자가 단속 대상이고 정규 단속 활동과 이번 단속 작전이 어떻게 다를지 등이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ICE의 단속 대상은 법원으로부터 추방 명령이 내려진 불법 이민자 2천여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단속 대상은 아니었지만 우연히 단속 현장에 같이 있다가 적발된 다른 불법 이민자도 '부수적인' 추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LA타임스는 보도했다.

ICE는 작전의 민감성을 들어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기관은 "법 집행 활동의 민감성과 ICE 요원들의 안전·보안 문제 때문에 우리는 작전과 관련한 세부사항을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민자 권리단체 '국경 천사들'의 휴고 카스트로는 "두려워하는 이민자들의 전화를 받고 있다"며 "그들은 주말에 예정했던 일정들을 취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리케인 '배리'가 할퀸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와 텍사스의 휴스턴에서는 단속이 유보됐다. 뉴올리언스의 ICE 관리는 남부 루이지애나와 미시시피 해안 일대에서 이번 주말 작전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민자 옹호단체는 이민자들이 안심하고 대피할 수 있도록 주변 주(州)로도 유예를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일부 이민자 가족들은 태풍 경로상에 있는데도 두려워서 대피할 수 없다고 한다고 LA타임스는 전했다.

발비나(34)라고만 밝힌 여성 멕시코 이민자는 자신이 사는 뉴올리언스 남쪽 후머에 자발적 대피령이 내려졌지만 여전히 이동식 주택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애들이 걱정된다. 애들을 보호하려 애쓰겠지만 위험한 일"이라며 "우리가 떠나면 돌아올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민자 보호단체들은 미 전역에서 긴급전화와 소셜미디어를 감시하며 단속 대응팀을 조직하고 있다.

'FIEL 휴스턴'은 80명의 자원자로 팀을 꾸렸다. 이 단체의 세사르 에스피노사 국장은 "(단속이 시작됐을 때) 현장에 가서 이민자들에게 그들의 권리를 알려주고 ICE가 책임을 지도록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에스피노사 국장은 특히 이민자 지위가 뒤섞인 가족을 ICE 요원들이 어떻게 다룰지가 특히 걱정된다고 밝혔다. 불법 이민자 부모와 미국 시민권자 아이로 구성된 가족의 경우가 그렇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는 전국적으로 수천 명의 시위자들이 행진과 집회를 열고 이민자 단속에 항의했다.

뉴욕에서는 12일 밤 '자유를 위한 불빛'이란 단체 주도로 수백 명이 맨해튼의 폴리 스퀘어에서 행진했다.

로스앤젤레스(LA)에서도 12일 밤 LA 시내와 서부 할리우드 등지에서 항의 집회가 열렸다. 또 LA카운티의 관리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ICE의 단속에 대비해 이민자 가족들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고 가족이 헤어질 것에 대비하도록 촉구했다.

마이애미와 시카고에서도 금요일 밤부터 토요일까지 밤샘 농성이 진행됐고, 콜로라도 오로라에는 2천여 명이 ICE의 구류시설 밖에서 집회를 열었다.

에릭 가세티 LA 시장은 CNN에 출연해 이번 작전이 비인도적이며 혼란을 부추긴다고 비난했다.

LA카운티는 또 다른 카운티들과 함께 주말 새 긴급전화를 운영하며 이민자 가족들이 법률적 지원과 아동보호 서비스를 받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또 일부 이민자들은 결근하거 숨고, 뉴욕에서는 이민자 옹호단체가 선제적으로 소송을 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이번 단속이 좀 더 광범위한 정치적 목적을 겨냥한 것이란 관측도 내놓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이 멕시코 국경장벽의 확장이나 인구조사에 시민권 관련 질문을 포함시키는 것 등의 실패한 과제로부터 눈길을 돌리도록 하려 한다는 것이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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