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기자가 32년전 찍은 '이한열 장례식' 국내 처음 공개
서울 특파원 출신 대만정치대 주리시 교수 촬영…기념사업회에 300장 전달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1987년 6월 군사정권에 항거하는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쓰러진 연세대생 고(故) 이한열 열사의 장례식 전후 상황이 당시 서울에서 근무하던 외신기자의 카메라에 담겼다가 국내에 처음 공개됐다.
14일 이한열기념사업회에 따르면 언론인 출신 주리시(朱立熙) 대만정치대 한국어과 교수는 이 열사가 숨진 1987년 7월 5일부터 장례식이 열린 9일까지 시위 등을 촬영한 사진 등 약 300장을 CD에 담아 지난 5일 기념사업회에 보냈다.
사진들은 주 교수가 1987년 서울에서 외신 특파원으로 근무하며 촬영한 컬러본이다.
외신기자가 6월 항쟁 관련 사진을 사업회에 전달한 사례가 처음은 아니다. 앞서 외신 기자 네이선 벤과 킴 뉴턴이 2017년에도 관련 사진을 기념사업회에 전달한 바 있다.
그러나 주 교수가 촬영한 사진들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장례식 전후 시위, 운구 행렬 모습 등이 담겨 있어 의미가 크다고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설명했다.
한 사진에는 이 열사가 운구되던 1987년 7월 9일 연세대 앞 철도 위에서 운구 행렬을 보려는 시민들이 기차에 위태롭게 매달린 모습이 담겨 있다. 기차뿐 아니라 철도 옆길까지 시민들로 빼곡히 들어찬 모습이 보인다.
장례식 당일 연세대 정문 앞을 지나는 운구 행렬, 철길 아래를 지나는 만장, 아현고가를 지나며 도로를 가득 채운 시민들의 모습 등도 주 교수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장례식 전날 시위 모습도 생생히 담겼다. 1987년 연세대 총학생회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당일 시위에서 이 열사 영정을 들고 오열하는 모습이 근접 촬영됐다.
또 다른 사진에는 시위를 지켜보는 전경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시위대 숫자만큼 많은 전경이 방패를 들고 헬멧을 쓴 채 시위대를 지켜보는 장면이다.
이경란 이한열기념관장은 "이러한 사진을 통해 이 열사 장례식 당시 시민들이 얼마나 이 열사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는지 다시 한번 알 수 있었다"며 "한국의 민주화는 타인(외신)의 시선으로 봐도 중요했다"고 말했다.
기념사업회 페이스북에 관련 사진 9장을 올린 이 관장은 "전달받은 사진이 약 300장이 되고, 새로운 사진도 많아 단독 전시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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