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여, 역사를 기억하라"…韓中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외침
이달 선생 딸 이소심 "오늘의 한국, 선열의 피와 맞바꾼 역사"
김구 선생 주치의 아들 유수동 "물 마시며 근원 생각하듯 역사 기억해야"
(충칭·광저우=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외교부 공동취재단 = "지금의 대한민국이 부국강병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독립을 위해 애쓴) 선열들의 피와 맞바꾸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일제강점기 만주 등지에서 독립운동을 한 이달 선생의 장녀 이소심(80) 선생은 10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마지막 활동 근거지 중국 충칭(重慶)에서 만난 한국 청년들에게 이같이 당부했다.
이 선생은 "중국에서 나고 자란 저에게 어렸을 때 이웃들이 '나라를 잃은 사람'이라고 놀려서 아주 치욕스러웠는데 이제는 한국이 이렇게 강국이 된 것에 굉장히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20∼30대 청년 100명과 함께 8박 9일 동안 임시정부의 발자취를 뒤따라 가보는 외교부 주관 '한중 우호 카라반' 행사의 하나로 마련됐다.
백범 김구 선생의 주치의이자 광복군사령부 군의처장을 맡았던 유진동 선생의 넷째 아들 유수동(64) 선생은 백범의 좌우명으로 알려진 '음수사원'(飮水思原)을 소개하며 "물을 마실 때 근원을 생각하라는 말처럼 한국 청년들은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선생은 "한국의 독립운동을 위해 아버지는 자신의 건강까지 상해가며 열심히 일했다"며 "독립유공자로서 굉장한 아픔과 슬픔을 겪었지만 동시에 고난은 우리에게 정신적인 힘을 주기도 했다"고 뿌듯해했다.
백범의 판공실에서 비서 역할을 수행한 김은충 선생의 외손자 정홍(57·중국) 선생은 "독립운동가들이 한국의 독립과 통일을 위해 많은 피를 흘렸다"며 "한국 청년들이 이번 활동을 통해 그분들의 애국정신과 분투정신을 잘 배웠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백범이 피신했을 때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은 주경란 선생의 조카 자녀 목월(56·중국) 선생은 "일본 정부가 주 선생의 아들을 죽였는데도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을 돕는 것이 그 무엇보다 급하고 귀한 일'이라며 일본에 굴복하지 않았다"고 그를 기억했다.
임시정부 요인으로 활약한 운암 김성숙 선생의 장손 두닝우(53·중국) 선생은 11일 광저우(廣州)에서 취재진과 만나 할아버지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그로부터 "의미 있는 일을 추구하는 아름다운 삶", "이기적이지 않은 삶"의 중요성을 배웠다고 전했다.
의열단·조선의용대 등에서 활동하며 항일독립투쟁을 벌였던 김성숙 선생은 중국에서 여성혁명가 두쥔후이(杜君慧)와 결혼해 슬하에 세 아들을 뒀다. 광복 후 한국으로 돌아간 김성숙 선생이 다시 중국에 돌아오지 않자 아들들은 어머니의 성을 따르게 됐다.
피아니스트인 두 선생은 이날 한중 우호카라반 환영 리셉션에서 자신이 직접 편곡한 아리랑을 연주하며 한국과 중국을 이어주는 선율을 그려냈다. 그는 앞으로 진도아리랑 등 다른 한국 민요를 편곡해 연주해보고 싶다는 꿈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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