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세계수영] 김수지 "다이빙에서 한국 첫 메달…관심 가져 주세요"

입력 2019-07-13 18:10
[광주세계수영] 김수지 "다이빙에서 한국 첫 메달…관심 가져 주세요"

"경기 중에는 전광판 보지 않아서 순위 싸움 신경 안 썼다"

"주 종목 3m 스프링보드를 잘하는 선수로 기억되고파"



(광주=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비인기 종목 다이빙에서도, 더 관심을 얻지 못하는 여자부에서 한국 수영의 역사를 바꿨다.

김수지(21·울산광역시청)가 역사를 바꾼 주인공이다.

김수지는 13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다이빙 여자 1m 스프링보드 결승에서 5차 시기 합계 257.20점으로 3위에 올랐다.

한국 다이빙에서 처음 나온 세계수영선수권 메달이다.

수영 전체로 시야를 넓혀도 경영 박태환 이후 한국에서 8년 만에 세계선수권 메달이 나왔다.

한국 선수 중 세계수영선수권 메달을 손에 넣은 선수는 박태환과 김수진, 단 두 명뿐이다.

정신없이 시상식을 마치고 믹스트존으로 나온 김수지는 "나도 믿을 수가 없다"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김수지는 1차 시기를 3위로 출발했고, 4차 시기까지 2위를 유지했다. 5차 시기에서 사라 베이컨(미국·262.00점)에게 역전을 허용했지만, 3위 자리는 지켰다.

치열한 2, 3위 경쟁을 지켜보는 관중들은 여러 차례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러나 스프링보드 위의 김수지는 차분했다.

그는 "나는 원래 경기 중에 전광판을 보지 않는다. 다른 선수 기록, 순위보다는 내 연기에 집중하려고 한다"며 "오늘도 3차 시기 때 잠깐 순위를 봤지만, 경기가 끝날 때까지 의식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차분하게 5차 시기를 마친 김수지는 한국 수영에 큰 선물을 안겼다.

다이빙 선수로 살아온 10년 동안 고된 훈련과 무관심의 설움을 차분하게 견딘 결과다.

김수지는 동메달 획득이 확정되고, 시상대에 올라 메달을 거는 순간에는 특유의 발랄함을 드러냈다.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도 '밝은 기운'이 넘쳤다.

하지만 비인기 종목 다이빙을 위한 묵직한 한 마디도 잊지 않았다.

김수지는 한국 수영의 역사를 바꾼 날 "세계수영선수권 한국 여자 선수의 첫 메달은 다이빙에서 나왔다. 다이빙에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수지와의 일문일답이다.



-- 세계선수권 메달 획득이라는 엄청난 일을 해냈다.

▲ 큰 국제대회에서 처음으로 메달을 따서 기쁘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 세계선수권대회 메달이라니…. 나도 믿기지 않는다. 3m 스프링보드 결선에 진출해서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는 게 이번 대회 가장 큰 목표였다. 주 종목 경기(18일)를 앞두고 상상하지 못할 큰 선물을 받았다.

-- 비인기 종목인 다이빙에서 한국의 세계선수권 첫 메달을 만들었다.

▲ 다이빙이 한국에서 비인기 종목이라는 이유로 관심 못 받았다. (경영에서는 남자부 박태환이 메달을 땄지만) 여자부 메달은 다이빙에서 처음으로 따냈으니까, 우리 다이빙에 관심을 더 가져 주실 것이라고 믿는다.

-- 메달 획득을 확신한 순간은.

▲ 경기 중에는 전광판을 잘 보지 않는다. 오늘도 3차 시기를 끝나고 잠깐 내가 2위인 걸 봤지만 의식하지 않았다. 내 경기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마지막 5차 시기가 끝나고서 내 기록을 봤고, 경기가 다 끝난 뒤에야 내 순위를 알았다. (우승 후보였던) 청야니 선수가 실수한 건 못 봤다.

-- 먼저 경기를 끝내고 다른 선수 경기를 지켜볼 때 심정은.

▲ 정말 떨렸다. 다 같이 잘 뛰었을 때 메달을 따야 가장 좋은 거니까, 다른 선수의 실수를 기대하지는 않았다.



-- 예선에서 8위를 했는데, 결승에서 성적이 크게 올랐다.

▲ 12일 예선에서는 몸이 덜 풀렸고 뛰고 나서도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오늘 결승에서는 아쉬운 게 많이 줄었다.

-- 2012년 런던올림픽 때 선수단 전체 최연소 선수로 관심을 받은 적이 있는데.

▲ 2012년에는 어리다는 것만으로도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비인기 종목 선수는 특별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 관심을 계속 받기 어렵다. 세계선수권 메달로 내 이름을 알리고, 다이빙에 관해 더 소개할 수 있다면 정말 영광이다.

-- 3m 스프링보드가 주 종목이다. 1m 결승을 앞두고 이 정도 결과를 예상했는가.

▲ 동메달을 따고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아직 3m 스프링보드, 싱크로나이즈드, 혼성 등 치러야 할 경기가 많아서 감격이 커지지는 않는 것 같다.

-- 이번 성과가 3m 스프링보드 개인전을 준비하는 데 힘이 될 것 같은데.

▲ 올림픽 정식 종목인 3m 스프링보드는 (올림픽 정식 종목이 아닌) 1m와는 차원이 다른 종목이다. 선수들의 수준 등 성적을 내기가 훨씬 어렵다. 결승(상위 12위)에 진출해 도쿄올림픽 진출권을 따는 게 목표다. 최근 3m 스프링보드 난도를 높였다. 이번 대회에서 결선에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내년 4월 다이빙 월드컵에서 또 기회가 있다. 꼭 도쿄올림픽에 가겠다.

-- 이미 메이저대회 메달리스트라는 역사를 썼는데.

▲ 정말 영광이다. 그러나 내가 현역을 떠날 때까지는 '3m 스프링보드를 잘하는 선수'로 남기 위해 노력하겠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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