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터키 갈등의 원인 러시아산 S-400 미사일 터키 첫 도착(종합)
터키 국방부 "첫 부품 도착…수일간 부품 인수 계속될 것"
러시아 군 관계자 "2차 인도분도 곧 출발…3차분은 해상으로 전달"
美, 터키에 F-35 프로그램 배제·경제 제재 경고…실행여부 주목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미국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터키가 러시아로부터 도입을 추진한 S-400 지대공 미사일이 터키에 반입됐다.
터키 국방부는 1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러시아산 S-400 지대공 미사일의 일부분이 수도 앙카라 인근 공군기지에 처음 도착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트위터를 통해서도 "터키의 대공·대미사일 방어를 위해 조달한 S-400 미사일의 1차 인도분이 12일 앙카라의 무르테드 공군기지에 도착하기 시작했다"고 공개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S-400 방공 미사일 시스템의 인수는 수일간 계속될 것"이라며 "시스템이 완전히 갖춰지면 S-400은 관계 당국이 결정한 방식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도 "우리는 항상 S-400에 대해 이미 최종적으로 합의된 것이고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말해왔다"며 "어떤 문제도 없었고 앞으로도 문제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타스 통신은 러시아 군 관계자를 인용해 S-400 미사일의 다른 부품을 실은 두 번째 수송기가 곧 터키로 출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두 번째 수송기가 곧 2차 부품을 터키에 전달할 것"이라며 "120발 이상의 다양한 유도미사일을 포함하는 3차 인도분은 올 여름 말 해상으로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S-400은 미국의 패트리엇 지대공 미사일과 같은 러시아의 방공 시스템으로 제원상 레이더에 거의 잡히지 않는 F-35 스텔스 전투기와 B-2 스텔스 전략폭격기도 포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터키가 S-400을 도입할 경우 이 시스템에 연동된 네트워크를 통해 민감한 군사정보가 러시아로 유출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특히 미국은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인 F-35의 기밀정보가 러시아로 새어나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애초 미국은 터키에 F-35 100대를 판매하기로 했으며, 터키는 F-35의 동체와 착륙장치, 조종석 디스플레이 등의 생산을 맡는 등 F-35 제작 프로그램의 참여국이기도 하다.
그러나 터키가 S-400 도입을 결정하자 미국 내에서 터키에 F-35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캐스린 휠바거 미 국방부 차관보 대행은 지난달 "S-400은 F-35 같은 전투기를 격추하기 위한 시스템"이라며 "러시아가 정보수집 기회를 활용하지 않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4월 터키에 판매할 F-35 전투기의 부품 인도를 중단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F-35를 몰기 위해 미 공군이 위탁 교육 중이던 터키 조종사의 훈련을 중단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결국 패트릭 섀너핸 전 미 국방장관 대행은 이달 말까지 S-400 도입을 철회하라는 최후통첩성 서한을 보냈으나 터키는 이미 러시아와 합의한 사안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터키는 S-400을 NATO 시스템에 통합하지 않으면 동맹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기술적 문제를 명확히 하기 위해 미국에 위원회 구성을 촉구했으나 미국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S-400 도입으로 터키가 미국의 제재를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 대행은 지난달 26일 터키가 S-400 미사일을 구매하면 F-35 프로젝트에서 배제될 뿐만 아니라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터키가 사실상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 행렬의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으며, NATO 회원국 중 미국을 제외하고 최대 규모 병력을 유지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본격적인 제재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미국·터키 정상은 S-400 문제를 논의하면서도 비교적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S-400이 문제라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S-400을 둘러싼 양국 대립의 책임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에게 돌리며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과 양자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는 없다고 직접 말했다"며 제재론을 트럼프 행정부 내 일각의 의견으로 치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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