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핵심 안보동맹 이스라엘까지 진출한 중 투자에 불안감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풍부한 자금력을 앞세워 세계 각국에 대한 투자를 늘려가고 있는 중국이 급기야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인 이스라엘에 손을 뻗치고 있는데 대해 미국이 공개적인 불쾌감과 불안감을 표명하고 나섰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역내 활동과 시리아 내 이슬람 과격 세력 소탕 등 '매우 예민한' 안보 분야에서 미국과 협력하고 있는 가장 가까운 중동의 동맹이라는 점에서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중국의 진출에 다른 지역과는 다른 차원의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고 시사지 애틀랜틱이 11일 전했다.
중국이 아프리카와 동아시아에 이어 중동지역에서 본격적인 미국 영향력 삭감 작전에 돌입한 게 아니냐는 우려이다. 중국은 이미 아프리카와 중동의 교통 요충인 지부티에 진출, 해군기지를 건설해 이미 그곳에 기지를 가진 미국과 각축을 벌이고 있다.
미 국방부는 중국이 국영기업을 앞세워 3년 이내에 이스라엘의 주요 항구인 하이파의 일부를 운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이파는 미 해군 6함대 군함들이 빈번하게 기항하는 곳으로 핵잠수함 기지로 알려진 이스라엘 해군기지도 근처에 있다. 이에따라 지난해 하이파에 대한 중국의 투자 사실이 공개되자 이례적으로 미 해군이 이스라엘 측에 항의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언론들도 중국이 이스라엘 내 핵심 인프라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면서 일부 이스라엘 군사 능력을 '보다 가깝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 국방부의 마이클 멀로이 중동 담당 부차관보는 애틀랜틱에 보낸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에 대한 중국의 투자 진출에 노골적인 불안감을 표명했다.
멀로이 부차관보는 "이스라엘에 중국과 대화를 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우리는 가까운 동맹들과 중국의 투자가 갖는 안보적 영향에 대해 공개적인 논의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멀로이 부차관보는 특히 이스라엘 하이파 항에 대한 중국의 투자에 우려를 나타내면서 중국이 이른바 일대일로 투자를 내세운 경제력을 바탕으로 지역 진출 및 거점 확보와 이를 통한 미국의 군사적 이점 잠식에 나설 가능성을 지적했다.
미국이 우려하는 것은 지난 수십년간 미국이 '지배해온' 예민한 지역에 대한 중국의 물리적 접근 외에 상업적 거래의 뒷문을 이용한 첨단 기술 유출 가능성이다.
중국이 일부 상업 거래를 명분으로 예민한 안보 영역의 기술을 빼내 갈 수 있다는 우려로 멀로이 부차관보는 중국이 미-이스라엘 경제의 개방성을 악이용할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양국이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앞서 가까운 동맹인 영국에 대해서도 안보상의 우려를 이유로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의 영국 차세대 통신망 참여를 배제하도록 요구한 바 있다.
미국과 영국은 매우 긴밀한 정보공유 관계인만큼 '사실상 중국과 정보를 공유하는' 사태를 원치 않으며 역시 긴밀한 정보공유 관계인 이스라엘도 마찬가지 우려 대상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은 특히 이란의 활동과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IS) 저지 등 지역 안보 문제에서 이스라엘과 긴밀히 공조하고 있으나 중국은 이란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또 지역의 중요한 미국 동맹인 아랍에미리트(UAE)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이집트의 에너지와 철도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다. 시리아 재건과 이라크 석유 분야에도 간여하고 있다.
중국의 지역에 대한 투자를 전적으로 잘못된 것으로 볼 수는 없지만 이스라엘에 대한 중국의 투자가 계속될 경우 지금까지 미-이스라엘 양국이 과시해온 '흔들리지 않는' 철벽 동맹 관계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전문가들로부터 제기되고 있다고 애틀랜틱은 덧붙였다.
이스라엘 정치지도자들도 중국의 투자에 따르는 안보상의 위험요인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나 중국 투자의 경우 아직은 안보 보다는 경제논리가 더 설득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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