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EP "한일 충돌 격화하면 오히려 중국 경제력 강화 기여"

입력 2019-07-12 14:00
KIEP "한일 충돌 격화하면 오히려 중국 경제력 강화 기여"

"반도체 영향 단기적으로는 미미…규제 강화하면 다른 제조업에 파괴적 영향"

"시간은 우리 편…세계 경제, 글로벌 가치사슬 영향에 따라 일본에 불리"

(세종=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가 더 세지면 중국의 경제력을 강화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전망이 나왔다.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12일 세종시 국책연구단지에서 연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 분석과 전망' 현안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일본은 이러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현안토론회는 일본 조치와 관련한 KIEP 내부 분석 결과를 중간 점검하는 자리였다.

이 원장은 "일본의 조치는 산업경쟁력 역전에 대한 불안감과 초조함에서 나온 지도부의 모험주의적 정책"이라며 "한국과 일본의 신뢰를 파괴하며 세계무역기구(WTO) 체재의 균열을 일으키는 동시에 민주주의·시장경제 등 공동번영 원칙을 파괴하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조치가 지속한다면 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일본의 지도력은 약화하며 오히려 중국의 경제력과 지도력을 강화하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또 "한국은 일본의 조치에 대해 구조적인 대응이 가능하다고 확신한다"며 "일본 정부가 복잡한 공급사슬을 이해하지 못한 채 한 조치가 예상치 않은 결과를 통해 궁극적으로 일본에 패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일본 조치에 따른 단기적인 위기 상황은 결국 극복되지만 장기화한다면 한국 경제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배찬권 무역통상실장은 "검증 중이라 아직 정확한 수치까지 제시할 수는 없지만, 일본의 조치가 일각에서 제기하는 큰 폭의 성장률 저하 수준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측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생산 설비의 증설이나 신규 투자는 천문학적인 자금과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에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한국의 경쟁국이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기는 어렵다"며 "이번 조치가 반도체 산업의 근본적인 구조변화나 글로벌 공급체계 변화로 이어진다는 전망은 시기상조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규판 선진경제실장은 "일본이 규제한 포토레지스트 종류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현재 주력인 메모리반도체와는 당장 관련이 없다"며 "다만 차세대 반도체 산업과 관련이 있는 물자이기 때문에 조치가 지속한다면 한국 반도체 산업의 중장기적 성장 잠재력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수출 규제 조치 강화가 장기화한다면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 예단하기가 어렵다"며 "'화이트국가' 제외 조치가 내달 실행된다면 전기자동차와 관련한 2차전지 분야, 화학약품, 공작기계 분야 등 일본 의존도가 높은 다른 제조업 분야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가 예고한 WTO 제소와 관련해 이천기 부연구위원은 "일본에서는 국가안보와 관련한 전략물자가 다른 국가로 넘어간다고 주장하는데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며 "WTO에서는 해당 내용을 설명하지 못하면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일본에 유리하지 못한 점"이라고 지적했다.

정철 부원장은 "갈등이 촉발된 원인은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세계 경제, 글로벌 가치사슬 영향에 따라 일본에 불리하다. 시간은 우리의 편"이라며 "KIEP는 여러 외부 동향에 따른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분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영 원장은 "다음 주에 한미경제연구소 세미나에서 비공식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전하는 등 전 세계 싱크탱크에도 한국의 입장이 제대로 전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2vs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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