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유출' 숙명여고 前교무부장 2심서 "무고한 죄 뒤집어씌워"
변호인 "직접 증거없이 공소사실 인정…성적 급상승 사례 찾겠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측이 항소심에서 "무고한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이라며 결백을 주장했다.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현모씨의 변호인은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이관용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현씨가 문제지와 정답을 유출했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며 이처럼 주장했다.
변호인은 "만약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객관적이고 합당한 증거가 존재한다면 처벌을 감수할 수밖에 없겠지만, 이런 증거가 없는데도 처벌하는 건 단지 피고인과 그 자녀가 숙명여고 교사와 학생이기 때문"이라고 억울해했다.
또 다른 변호인 역시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직접 증거는 전혀 없다"며 "원심에서는 여러 가지 간접 사실과 간접 증거들을 종합해서 공소사실이 인정된다고 추론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씨는 숙명여고 교무부장으로 근무하던 2017년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지난해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5회에 걸쳐 교내 정기고사 답안을 같은 학교 학생인 쌍둥이 딸들에게 알려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쌍둥이 중 언니는 1학년 1학기에 전체 석차가 100등 밖이었다가 2학기에 5등, 2학년 1학기에 인문계 1등으로 올라섰고, 동생 역시 1학년 1학기 전체 50등 밖이었다가 2학기에 2등, 2학년 1학기에 자연계 1등이 됐다.
현씨와 두 딸은 수사·재판 과정에서 "오직 공부를 열심히 해 성적이 오른 것뿐"이라며 혐의를 일체 부인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전모가 특정되지는 않고 있지만, 움직일 수 없는 증거들이 존재한다"며 혐의 전부를 유죄로 인정했다. 현씨가 정기고사 출제 서류의 결재권자였던 데다 쌍둥이 딸의 성적이 같은 시점에 중위권에서 최상위권으로 급상승한 점, 정기고사와 달리 모의고사에서는 성적 향상이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판단 근거로 삼았다.
변호인은 이 같은 1심 판단을 반박하며 "성적이 급상승하거나 내신과 모의고사 성적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흔하진 않더라도 분명히 사례가 있다"며 "숙명여고와 인근 3개 여고를 대상으로 그런 사례가 있는지 사실조회를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현씨의 두 딸 역시 아버지와 공모해 학교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이달 4일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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