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터키 東지중해 가스 시추 강행에 제재 움직임(종합)
투스크 EU 정상회의 의장 "완전한 연대로 응할 것"
이르면 15일 대응책 나올 듯…항공협정 협상 유예 등 포함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터키가 그리스·키프로스 등 주변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동지중해 천연가스 시추를 강행하자 유럽연합(EU)이 제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U 회원국들은 11일(현지시간) 터키의 키프로스 연안 가스 시추에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dpa 통신이 전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트위터에 "터키와 우호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터키는 EU 회원국인 키프로스의 주권을 지속해서 침해하고 있다"며 "EU는 완전한 연대로 응할 수밖에 없다"고 적었다.
dpa는 이르면 EU 외교장관이 회동하는 15일에 EU의 대응책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EU의 한 외교관은 dpa에 EU 28개국 대표들이 10일 가능한 대응책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EU가 논의한 대응책에는 터키와의 일부 외교채널 동결과 개인 또는 경제 분야에 대한 제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EU 회원국 대표들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대응책을 논의했다며 제재 성명 초안의 일부를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초안에는 '터키의 지속적이고 새로운 시추 활동을 고려해 EU는 터키와의 종합항공운송협정 체결 협상을 유예하며 당분간 고위급 회담을 하지 않기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초안은 '터키에 대해 EU 사전가입지원(pre-accession assistance)을 줄이자는 유럽위원회(EC)의 제안을 지지하며, 유럽투자은행에 터키 내 대출 관련 사항을 검토하게 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아울러 터키가 시추를 계속할 경우 EU는 더 엄격한 대응책을 도입할 준비가 돼있음을 강조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EU는 2014년부터 2020년까지 터키의 EU 가입을 지원하기 위해 터키 내 정치 개혁과 농업 및 기타 프로젝트에 44억5천만 유로(약 5조9천억원)를 지원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EU는 터키의 인권 상황 악화를 이유로 1억7천500만 유로(약 2천300억원)를 삭감했다.
앞서 터키는 지난 5월 시추선 '파티흐'로 동지중해 키프로스섬 연안 대륙붕에서 천연가스 탐사·시추를 시작했으며, 최근 시추선 '야우즈'를 추가 투입했다.
키프로스는 그리스계 주민이 대부분인 키프로스공화국과 튀르크계 주민이 다수인 북키프로스튀르크공화국(북키프로스)으로 분단돼 갈등을 빚고 있으나, 연안 대륙붕에는 2천270억㎥의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1960년 키프로스가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 친(親)그리스 장교들이 1974년 쿠데타를 일으키자 터키군이 섬 북부를 점령해 나라가 둘로 쪼개졌으며, 국제법적으로는 키프로스공화국만 정식국가로 인정받는다.
키프로스공화국은 다국적 에너지기업과 함께 동지중해 자원 개발을 추진 중이나, 터키는 북키프로스도 주변 대륙붕 자원에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며 시추선 투입을 강행했다.
그러자 키프로스는 터키가 자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범하는 등 국제법을 어기고 있다며 규탄했고, EU와 그리스는 터키의 시추 활동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이에 터키 외교부는 "터키의 활동을 불법으로 규정한 그리스와 EU의 성명을 거부한다"며 반박 성명을 발표하는 등 키프로스 연안 자원개발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하고 있다.
kind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