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韓전략물자 단속자료' 보도 정부 편들기…韓반박 '외면'
요미우리·아사히 등도 극우 '산케이' 억지 주장 그대로 옮겨 보도
韓정부 "단속실적 자료가 수출관리 효과적 운영 증명" 반박은 '무시'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언론들이 한국 정부가 이미 공개했던 전략물자 단속 자료가 새로 밝혀진 사실인 양 보도하며 자국 경제보복 조치의 원인이 한국에 있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 옹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극우 성향 언론이 보도한 내용을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 등 다른 언론들이 거의 그대로 옮겨 기사화하면서 한국 정부의 반박은 무시하거나 간단히 언급하는 수준에 그쳤다.
후지TV는 전날 지난 5월 이미 한국 언론에서 보도된 산업통상자원부의 전략물자 관리 관련 자료를 뒤늦게 끄집어내며 "한국에서 무기로 전용 가능한 전략물자가 밀수출된 안건이 4년간 156건이나 된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에 보고한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새로운 것인 양 포장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일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한 후 '한국이 북한에 위험 물질이 흘러드는데도 관리를 잘못하고 있다'는 식의 주장을 하고 있는데, 극우 성향 산케이신문 계열의 후지TV가 지난 자료를 꺼내 들며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는 보도에 앞장선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는 적절하게 관리하고 적발해 행정처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미국의 적발 통계를 제시했지만, 일본 언론들은 한국 정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통계를 제시하며 후속 보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11일 조간 1면 한가운데에 '한국 기업이 부정 수출'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2016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의 적발 현황이라며 자료를 공개하고 비슷한 보도를 했다.
극우 언론의 이런 억지 주장은 요미우리신문이나 아사히신문 등 다른 주요 일간지로도 퍼지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11일 석간에 '한국 위법수출 적발 156건…이란 등 北우호국에'라는 제목으로 후지TV와 산케이신문의 보도 내용을 묶어 기사화했다.
요미우리는 이 기사에서 "한국 정부의 관리 체제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일본 정부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적으면서, 해당 자료가 이미 공개된 것이며 한국 외 다른 나라도 적발을 하고 있다는 우리 정부의 반박은 전하지 않았다.
신문은 다만 "수출관리 제도가 효과적이고 투명성을 갖고 운영되고 있다는 증거다"라는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의 발표 내용만 간단히 언급했다.
아사히신문 역시 11일 석간에 '한국, 이란 등에 위법수출 적발'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1면에 싣고 비슷한 내용을 보도했다.
신문은 한국 정부의 반박은 아예 소개하지 않은 채 "한국의 수출 관리 실태를 보여주는 재료가 될 것"이라며 왜곡된 해석을 붙였다.
아사히는 해당 자료가 이미 공개된 것인 데다 후지TV와 산케이신문의 보도로 이슈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한국 정부가 스스로 이런 자료를 발표한 것 같은 인상을 주도록 보도했다.
이처럼 일본 언론들이 한국 정부 자료를 입맛대로 해석하며 일본의 규제 강화가 한국 정부의 '부적절한 수출 관리' 때문이라는 일본 정부의 논리를 앞장서서 대변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한걸음 물러선 채 상황을 즐기는 모습이다.
노가미 고타로(野上浩太郞) 관방부 부(副)장관은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산케이신문 보도에 대해 "보도는 알고 있지만, 개별 사례에 답하는 것은 사안의 성질상 (일본 정부의 입장 발표를) 피하고 싶다"며 언급을 피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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