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풍력발전에 새들이 죽어간다"…대체 에너지 비난

입력 2019-07-11 16:48
푸틴 "풍력발전에 새들이 죽어간다"…대체 에너지 비난

"풍력 발전기와 태양광 패널에 뒤덮인 행성엔 살기 싫을 것"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풍력발전에 새들이 죽어간다"면서 대체 에너지 산업을 공개적으로 비난해 눈길을 끈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지난 9일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열린 제조업 포럼에서 "풍력 발전은 좋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새들이 고려됐는가? 얼마나 많은 새가 죽는가?"라고 자문했다.

그는 "농담이 아니다. (풍력 발전시설의) 진동은 벌레들이 흙 밖으로 나오게 한다"면서 "이게 바로 이런 현대적 형태의 에너지 생산이 초래한 결과"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사람들이 "풍력 발전기가 줄지어 서 있고, 수 겹의 태양광 패널로 뒤덮인" 행성에 살길 원하진 않을 것이라면서 "이건 집을 청소하는 대신 쓰레기를 융단 아래에 쓸어 넣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이런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계 입문 전인 2012년 스코틀랜드 의회에서 풍력 발전이 "독수리들을 몽땅 죽이고 있다"고 주장했던 것을 상기시킨다고 더타임스는 지적했다.

당시 트럼프는 스코틀랜드 애버딘셔에 있는 자신의 골프장 인근에 풍력 발전 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막으려고 생태계 훼손 우려를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타임스는 푸틴 대통령의 발언이 소셜미디어에서 비웃음거리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러시아인은 트위터에 "러시아 전역의 쓰레기 매립지에서 얼마나 많은 동물이 죽느냐, 석유 산업이 죽이는 새의 수는 몇 마리냐"는 글을 올리고 푸틴 대통령이 갑작스레 동물보호에 상당한 관심을 보인다고 꼬집었다.

과거, 미국 비영리 기구 지속가능에너지센터(CSE)는 풍력으로 인해 목숨을 잃는 새의 숫자가 인간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조류의 0.01%에 불과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세계 최대 석유·천연가스 생산국 중 하나인 러시아는 대체 에너지 분야에선 여타 유럽국가에 상당히 뒤처져 있다.

이달 초 이르쿠츠크에서 때아닌 홍수가 발생해 20여명이 숨지는 등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가시화하는데도 러시아 국민 대다수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도 대체 에너지 활용이 늦어지는 배경으로 꼽힌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북극을 방문한 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는 인간의 활동 때문이 아니라 전 지구적인 기온 사이클에 따라 자연히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주장하면서 변화에 적응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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