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세계수영] '필승의지' 다지는 남자수구 이선욱·권영균 "1승은 꼭 할게요"
거친 훈련에 부상 끊이지 않지만…"수구, 알면 알수록 재밌는 종목 "
개최국 자격으로 세계선수권 첫 출전…"설레면서도 부담되죠"
(광주=연합뉴스) 박재현 기자 = 물속에서 거친 몸싸움이 이어졌다. 선수들은 끊임없이 상대를 밀치고, 당기고, 눌러 가라앉히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사정없이 뿌린 슈팅은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골문으로 향했고 골키퍼는 온몸을 던져 공을 막아냈다. 슛이 골대에 맞을 때면 수면이 흔들릴 정도로 큰 굉음이 울렸다.
물 밖에서는 작전을 지시하는 양 팀 코치들의 호통이 이어졌다. 선수들도 큰소리로 지시를 주고받으며 경기장 이쪽저쪽을 계속 누볐다.
'물속의 럭비'라고 불리는 수구는 연습에서도 전투를 방불케 했다.
2019 광주 세계선수권에 출전하는 한국 남자 수구대표팀은 11일 광주시 남부대 수구경기장 옆 보조구장에서 뉴질랜드 대표팀과 연습 경기를 치렀다.
한 시간 동안 이어진 치열한 연습을 마치고 물 밖으로 나온 남자 수구대표팀 선수들의 몸에는 이곳저곳 테이프와 밴드가 붙어있었다.
경기 후 대표팀의 주장 이선욱(경기도청)과 부주장 권영균(강원도체육회)을 만났다.
이선욱은 한손에 어깨 아이싱을 위한 장비를 들고 있었다.
그는 어깨가 좋지 않아 꾸준히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권영균 또한 허리에 통증이 있는 상태였다.
이선욱은 "수구가 워낙 거친 종목이라 부상이 없는 선수가 없다"며 "치료를 해도 훈련을 계속하다 보니 나아지질 않는다"고 말했다.
대표팀 양보열 트레이너는 "선수들 컨디션 관리에 온 힘을 쏟고 있지만, 다들 어느 정도 통증은 있다"며 "워낙 공을 많이 던지다 보니 특히 어깨 쪽 부상이 잦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다른 한국 선수들처럼 이승재와 권영균도 경영선수 출신이다.
권영균은 고등학교 때부터 수구 선수로 전향했다. 수영보다 수구가 더 재밌고, 멋있어 보였다고 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이선욱도 권영균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는 "거친 몸싸움과 세심한 전략을 모두 갖추고 있는 수구는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종목"이라며 "물속에서 하는 유일한 구기 종목이기에 보는 재미도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개최국 자격으로 세계선수권에 처음 출전한 한국은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그리스와 함께 A조에 속했다.
대표팀은 지난 4월부터 진천선수촌에 모여 합숙 훈련을 시작했다.
이선욱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겨뤄볼 기회를 얻게 돼 설렌다"면서도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긴장감도 있다"고 밝혔다.
한국과 같은 조인 세르비아는 2017년 부다페스트 대회 3위에 올랐던 강호다. 그리스와 몬테네그로도 당시 세르비아의 뒤를 이어 4위와 5위를 차지했다.
이선욱은 "체격적으로는 우리가 서양 선수들에게 크게 열세"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스피드와 체력을 중점적으로 훈련했다"고 밝혔다.
권영균은 "외국 선수들은 워낙 어릴 때부터 수구를 시작하기 때문에 '구력'이 다르다"며 "기본기의 차이를 메꾸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어려운 상대지만, 선수들의 의지는 강했다.
권영균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경기인데 모두 지고 싶지는 않다"며 "모든 팀이 강하지만, 한 번은 꼭 이기겠다"고 다짐했다.
이선욱 또한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훈련량도 많았고 부상도 잦았지만, 선수들이 잘 견뎌내 줬다"며 "다들 긴장하지 말고 경기장에서 실력 발휘를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남자 수구 대표팀은 15일 그리스와 첫 경기를 치르고 17일 세르비아, 19일 몬테네그로와 차례로 대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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