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유엔사의 '한반도 유사시 日병력 제공 추진' 불가하다

입력 2019-07-11 14:22
수정 2019-07-11 14:30
[연합시론] 유엔사의 '한반도 유사시 日병력 제공 추진' 불가하다

(서울=연합뉴스) 미국 주도의 유엔군사령부가 한반도 유사시에 전력을 제공할 국가에 일본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한반도에서 유엔사 역할 확대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고, 유엔사 후방기지들이 있는 일본에도 유사시 한반도에 병력과 장비를 지원하는 유엔 전력 제공국에 참여하기를 희망해 왔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이 발간한 '주한미군 2019 전략 다이제스트'에도 유엔사가 유사시 일본과 전력 지원 협력을 할 것이란 내용이 담겼다. 미국은 6·25 전쟁 직후 의료지원단을 파견한 독일에도 전력 제공국에 참여해달라고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일본은 6·25전쟁 참전국이 아니기 때문에 전력 제공국으로 활동할 수 없다"며 일본의 참여는 논의도 검토도 한 바도 없다고 밝혔다. 다만 유엔사 참모 요원으로 활동할 경우 우리 국방부와 협의해야 가능하다고 한다. 일본의 전력 제공국 참여에 국방부는 반대 입장이지만 유엔사는 일본의 참여를 희망하는 것으로 보인다. 본격 의제화 가능성에 대비한 대응 논리 마련 등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



현재 유엔사에는 한국, 미국, 호주,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영국, 노르웨이 등 18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돼 있다. 모두 6·25전쟁 때 유엔의 참전 요청에 병력과 물자를 지원했다. 다만 덴마크와 이탈리아, 노르웨이는 의료지원국이다. 국방부는 "유엔사 전력 제공국은 1950년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제83호, 84호에 따라 유엔사에 전력을 제공한 국가 중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반도 전쟁 재발 시 재참전을 결의한 전투부대 파견 16개국"이라며 일본의 참여 불가 이유를 설명했다. 유엔사의 일원은 아니었지만 독일도 의료지원국에 공식 포함되는데 국방부는 독일의 유엔사 참여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미국이 최근 우리와 사전 협의 없이 독일 연락장교를 유엔사에 파견키로 했다가 사전 동의가 없었다며 우리 정부가 반대해 무산된 바 있다. 기본적으로 일본과 독일은 참전국이 아니어서 유사시 전력 제공국이 될 수 없다. 이것 말고도 일본이 전력 제공국으로 참여할 수 없는 이유는 많다.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분노를 포함한 일본을 바라보는 우리 국민의 정서, 과거사를 제대로 반성하지 않는 아베 신조 총리 정부의 군국주의화 정책, 북한과 중국 등 주변국 반발 예상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이 방안은 현실적으로 수용이 불가능하고 수용해서도 안 된다.

유엔사의 방안에는 미국이 일본 등 다수 국가를 유엔사에 참여시킴으로써 주한미군의 한반도 방어 책임 분담과 동북아에 미국 동맹 위주의 다국적 군사기구를 띄워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관측된다. 6·25전쟁 종전선언 이후 새로운 평화체제와 전시작전통제권 한국군 전환 이후 다국적이고 독립된 군사 기구화를 모색하려는 의지로도 분석된다. 만약 유엔군사령부가 주한미군사령부와 떨어져 독자 기구가 되고 사령관에 미군 대장이 임명된다면 전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하게 될 미래연합군사령관(한국군 대장)과의 유사시 지휘 관계가 모호해질 수 있는 문제가 있다. 우리 군이 전작권을 충분히 행사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역할 분담을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 만약 일본이 한반도 유사시 유엔기를 들고 출병하는 길이 제도적으로 보장되면 동북아가 주변국의 첨예한 대립과 분쟁의 최일선에 놓이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이는 전쟁 가능 국가가 되도록 평화헌법 개정을 추진하는 아베 정부의 이익에도 부합하는 구도여서 일본의 한반도 유사시 전력 제공국 참여는 더더욱 불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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